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드는 수도권의 H사는 최근 공장 가동을 최소화시켰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들기 위한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지난해 8월에 비해 무려 40% 이상 치솟았는데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카오디오 업체인 K전자도 31일부터 자체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최근 가동에 들어간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기로 했다.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생산비용이 늘어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생산을 포기한 것이다.
올 봄 ‘1차 원자재 대란’에 이어 고유가 등에 힘입어 최근 원자재 가격이 또다시 급상승하면서 ‘2차 원자재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수 침체에다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기업들이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 고사 직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가 대정부 건의로 발표한 ‘최근 주요 원자재가격 동향과 대책’에 따르면 5, 6월 하락 안정세를 보이던 철강 등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이 7월 이후 다시 급상승세로 반전했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고유가에 영향을 받은 석유화학 원료로 1차 원자재 대란 때보다 20% 가량 급등했다.
1차 때 톤당 347.4달러에 거래되던 나프타의 경우 이 달 들어 17.4%나 치솟은 408달러에, 에틸렌은 862달러에서 21.8% 오른 1,0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에 비교하면 각각 42.3%, 56.7%나 오른 것이다.
고철, 납, 니켈 등 철강재와 비철금속도 1차 때의 최고 가격과 같거나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같은 기초 원자재값의 재상승은 보유국들이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과 중국의 산업발전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폭등은 선물계약, 장기공급계약 등으로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보다 현물가격에 소량을 주문하는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기초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자재 비축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엄습, 채산성 악화, 자금난을 가중시키면서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어 줄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난을 호소하면 원료를 공급하는 대기업이 거래를 축소하고 당장 은행에서는 여신 금지 명단에 올리기 때문에 어려워도 어렵다고 말을 못한다”며 “이러다간 원자재 대란의 직격탄을 맞는 중소 기업들이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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