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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박근혜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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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박근혜의 착각

입력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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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체제라고 부를 수 있는 2002년 대선과 지난 4월 총선 사이의 한나라당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그 답은 무엇일까?그것은 탄핵의 부메랑으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했을 때 이 난(2월 24일자)을 통해 지적했듯이 ‘착각의 정치’이다.

최 전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독설을 퍼붓기 시작해 광복절에 극우 냉전 단체들의 집회에 자리를 깔고 앉았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급기야 탄핵까지 했다가 부메랑을 맞고 정치생명이 끝나고 말았다. 한마디로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착각 속에 빠져 자폭을 하고 만 것이다.

불행하게도 최근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보고 있노라면 그 속편을 대하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규명 움직임에 대해 “해방 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할 때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밝히기 위해 친일과 독재 이외에도 “용공, 친북 활동도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다.

이 발언은 과거사 논쟁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는 착각의 정치의 전형이다. 과거사 논의의 핵심은 좌익이 옳았는지, 우익이 옳았는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우익이 옳았다고 치자.

그렇다고 친일 등 과거사 논의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사 논의의 핵심은 ‘역사의 과소(過少)’를 해소하는 데 있는 것이지 우익이옳았느냐, 좌익이 옳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해방을 기준으로 지난 59년의 한국 현대사는 그 자체가 용공과 친북에대한 과거청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용공과 친북에 대해 또 무슨 과거사 청산을 한다는 것인가?

실제 있었던 친북 용공은 말할 것도 없고 해방 정국에서 친일파 청산을 주장했던 제헌국회의 소장파 의원으로부터 진보당 조봉암 당수, 김대중 전 대통령, 현재 한나라당의 중견인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역대 극우 정권들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없는 용공친북을 만들어내 처벌한 것이 우리 역사이거늘 친북용공에 대한 과거사 규명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박 대표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1970년대 한 농부는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가 “남북 평화를 이루려면 박근혜와 김정일을 결혼시켜야 한다”는 농담을 했다가 친북용공으로 몰려 모진 고생을 하고 옥살이를 해야 했던 일까지 있었다.

다시 말해 과거사 청산이 친일처럼 국가권력에 의해 그 잘못이 은폐된 ‘역사의 과소’를 해소해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라면 친북용공은 이미 역사청산이 지나쳐 흘러 넘치는 ‘역사의 과잉’이다.

아니, 박 대표의 말대로 친북용공에 대해서도 과거사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 친북용공을 조작해낸 관제용공을 규명해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친북용공 혐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공주의를 누를 수 있는 엄청난 권력으로 이를 은폐한 권력형 은폐 용공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인데, 그 해당자는 박정희와 박 정권에 참여했던 일부 전직 좌익경력자들 정도일 것이다.

박 대표가 친북 용공 문제를 들고 나오는 이유가 친일과 독재 문제가 부친을 겨냥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노 대통령 장인의 좌익 경력 등을 맞불작전으로 여론화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가 부메랑을 맞은 것이 보여주듯이 과거사 문제를 맞불작전으로 사고하는 것은 또 다른 착각의 정치에 의해 자살골을 넣는 것이다.

앞으로의 판세를 가름하는 것은 박 대표의 발언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극우냉전 세력이 아니라 중립적인 여론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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