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객기 연쇄 추락 등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29일 치러진 체첸 대선은 친 러시아계인 알루 알하노프(47ㆍ사진) 현 내무장관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채 끝났다.알하노프의 승리는 그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체첸인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말릭 사이둘라예프가 러시아 정부의 방해로 선관위 후보 등록이 거부되면서 예견됐다. 그의 출마 불가능 사실이 알려지자 선거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고, 체첸 반군은 “이번 선거는 우스꽝스런 촌극”이라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정부는 친 크렘린계 인사를 당선시킴으로써 이슬람계 주민이 대다수인 체첸 자치공화국을 손아귀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선거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체첸 반군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알하노프 후보를 ‘러시아 하수인’으로 규정하고 “그를 살해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 5월 체첸 반군의 폭탄테러로 사망한 아흐마드 카디로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체첸 공화국의 최근 지도자 5명 중 4명이 체첸 분리주의 무장투쟁과 관련한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특히 알하노프 후보는 전임 카디로프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반군 무장대원이었다가 후에 친러주의자로 변신한 것과 달리 처음부터 러시아의 입김으로 정치에 입문한 경우이어서 체첸인들의 반감과 냉소가 심하다. 크렘린의 ‘허락’을 받아 6월 대선출마를 선언할 때까지 그를 아는 체첸인들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이런 취약한 기반 때문에 그가 카디로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에 연령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한 카디로프의 차남 람잔(27)이 막후에서 실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결국 체첸인과 정서를 거의 공유하지 못한 그가 체첸 반군을 어떻게 통제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가 그의 정치운명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선거 직후 “반군과의 협상은 없다”고 못박은 그의 발언은 자신의 이런 한계를 드러낸 반증이기도 하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