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국지적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수도권과 행정수도이전 대상인 충청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투기지역, 투기과열 지구, 주택거래 신고지역 등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들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이 같은 규제 완화 방침은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다소라도 활력을 불어넣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최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거론 등은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대응을 보여준다.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은 주택시장 전반을 회복시키는 직접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시장주체들의 심리적인 기대 형성에는 어느 정도 효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실제 대구의 경우 3개 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되고 투기과열지구 해제 예상 지역에 포함되어 있으나 부동산 경기가 실제로 살아나지는 않고 있고 부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극심한 소비침체와 투자가뭄 속에서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단행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워낙 침체되어 있을 뿐 아니라 경기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대한 정확한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을 비롯해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경제 정책들은 현실 경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정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0 달러를 넘길까 많은 우려를 낳았던 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서 한때 43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침체 되었던 시장 분위기가 돌아설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수개월 째 악화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제 2의 IMF 사태라 할 정도로 시장주체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었음에도 낙관론을 고집하며 오히려 언론 등이 위기감을 조장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런 정부는 경제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여 불안한 세계 경제 조류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의 위기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서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경제 정책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노 대통령의 언사는 정부 정책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급격히 전환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꾸준히 추구되었던 경제 정책이 급격히 ‘전환’되는 것으로 보일 경우 나타날 역기능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정부 정책이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히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경제 정책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정부 정책이 근시안적인 재량(裁量)위주로 나갈 경우 시장 주체들의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하고 결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혼란만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명확한 준칙의 확립을 위한 숙고 끝에 이루어져야 한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경제 정책의 ‘일관성’에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 일관성이 경제에 활력을 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정책들은 위기에 대한 적절한 인식과 대응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부디 경제 회복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수립과 더불어 정부의 일관성을 경제주체들이 정확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제된 표현을 통해 시장에 팽배한 불안요소들을 제거해 나가기를 바란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