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연찬회를 통한 당 진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소원한 관계였던 호남 지역에서 갖는 연찬회가 혼란기 야당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내실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을 향해 국가 정체성 의문을 제기한 입장에서 대안 세력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는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그러나 연찬회를 주류와 비주류 간 권력 다툼의 무대로 여기는 소리들이 들리는 것은 유감이다. 불법 대선 자금 파문으로 전임자들이 고초를 당하는 시련을 겪고, 가까스로 총선의 고비를 넘긴 게 얼마 되지도 않는 처지에 고작 당권을 둘러싼 대결이나 벌인대서야 이 시대 야당이 한심하다.
아직도 영남 중심의 지지기반이라는 한계를 깨지 못하는 내부 역량 역시 옹졸하기만 하다. 얼마 전 광주 5ㆍ18묘역 참배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초라하고 퇴행적인 한나라당의 의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의 고정된 껍질을 과감하게 깨는 모습이다. 그나마 소장파의 새로운 목소리가 들리고, 묵은 행태를 부정하려는 몸짓들이 보이는 것은 최소한의 제스처라고 본다. 그러나 소위 영남 보수파로 불리는 당내 계파가 적지 않은 지분으로 행세한다든가, 때로 폐쇄적인 보수의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지도부의 언행들은 한나라당이 제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환골탈태를 부르짖은 지도 벌써 1년 반이 넘는다. 젊은 층의 호응으로 당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소리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나와서야 다음 대선도 어렵다. 토론과 투쟁이 필요하다면 철저하게 거쳐, 버릴 것을 버리고 갖출 것을 분명하게 갖추는 연찬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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