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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115>짠물이 안무서운 염생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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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115>짠물이 안무서운 염생식물

입력
200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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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도 해외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영종도 인천공항이 북적댔다고 하더군요. 공항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첨단 시설을 구경하려고 일부로 그 곳을 찾은 사람이 적지않았고, 배에 자동차를 얹고 가야 했던 섬을 자동차로순식간에 건너 바닷바람도 쐬고 정다운 사람과 일몰을 보거나 조개구이를먹기도 하고,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를 먼 발치에서 보기도 하고…. 이래저래 인천공항은 명소가 되었습니다.하지만 인천공항을 갈 때마다 저를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멋지게 생긴2층 다리도,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바다 풍광도 아니고, 그 길에서 만나는 염생식물입니다. 만난다고 해도 가까이 들여다보지는 못합니다. 그래도그 길 내내 바닷가 갯벌 흙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며 미지의 땅을 온통 붉게물들게 하는 장관을 이곳 아니면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염생식물이란 말 그대로 염분이 있는 곳에 사는 식물을 말합니다. 이런 식물용어를 모르셔도 공항 가는 그 바다에서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붉은 빛 풍광을 만들어내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 식물을떠올리면 됩니다. 그것이바로 염생식물, 그 중에서도 퉁퉁마디, 나문재, 해홍나물, 칠면초라는 식물들의 군락입니다. 저는 우리 인천공항이 가장 자랑할 것은 그 어떤 첨단시설보다 아름다운 이 해안식물의 군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바닷가에는 아무 식물이나 살 수 없습니다. 괜스레 짠물에 뿌리를 담궜다가 염해(鹽害)를 입기 십상이지요. 땅 속에 염분농도가 높으면 뿌리에서 잎으로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지 못하고, 잎은 물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공을 닫아버립니다. 그러면 잎은 광합성을 하기 위한 이산화탄소마저 흡수하기 못해 생장할 수 없고 거기에 염분에 의한 장해까지 겹쳐 결국말라죽게 되지요.

그래서 바닷가에서는 아무 식물이나 살 수 없는데, 염생식물은 특별한 메커니즘을 통해 이런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 마음껏 즐기며 삽니다. 바닷가식물이 염해를 극복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맹그로브라는 나무는어린 싹이 짠물에서 해를 입을까 봐 자신의 몸에서 씨앗을 틔워냅니다. 또잎에 염분을 배출하는 분비선을 만들어 세포의 삼투압을 높여 짠물에서 물만 흡수하고 염분은 이 분비선으로 배출하지요.

명아주속에 속한 한 식물은 염분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물은 쓰고 염분은 모두 이 털에 저장하는데 염분량이 넘치면 털을 떨어뜨려 염분을 없애고 다시 새 털은 만들지요.

이 염생식물의 모습에서 우리가 지금 처한 어려움이 정말 수렁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가는 계단(하긴 영종도를 거쳐 무의도 바닷가에가니 그 유명했던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 촬영지도 나오더군요)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혹 머리가 복잡하시거나 가슴이 답답하시면 염생식물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그 특별하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한번 다녀오셔도좋을 듯 합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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