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웅이 맞붙었다. 29일(한국시각) 육상 남자 5,000m 결승전은 트랙 지존을 뽑는 결전의 장. ‘올림픽 3수’ 만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히참엘 게루즈(30ㆍ모로코)와 올림픽 기록으로 10,000m 우승을 차지한 케네리사 베켈레(22ㆍ에티오피아)가 만났다. 전문가들은 베켈레의 우위를 점쳤다. 그는 지난 5월 네덜란드에서 5,000m세계기록(12분37초35)를 세운 데다 골드리그 등 세계대회서 수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게루즈는 주종목인 1,500m에서는 최강으로 꼽혔지만 5,000m에서는 지난해 체코의 슈퍼그랑프리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일 정도. 때문에 베켈레가 24년 만에 5,000m와 1만m를 휩쓸며 장거리 제왕으로 등극하는 기념식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그러나 게루즈에게는 꿈이 있었다. 중거리인 1,500m에 이어 장거리인 5,000m까지 석권할 경우 1924년 파리올림픽 당시 파보 누르미(핀란드) 이후 80년 만에 두 종목 제패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는 끝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었고 승부는 마지막 50m에서 갈렸다. 앞서던 베켈레의 방심과 후반에 승부를 노렸던 게루즈의 전략이 겹쳐지면서 게루즈의 0.2초 차 승리(13분14초39)로 끝난 것. 트랙을12바퀴 반을 달려 0.2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도 ‘세계기록’감이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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