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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주부의 얼음땡' 감독 크리스턴 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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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주부의 얼음땡' 감독 크리스턴 초이

입력
200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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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6월24일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이 야구 방망이에 맞아 숨진다. 5년 뒤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 백인 노날드 에반스는 인터뷰에서 “총으로 쏴 죽인 게 아니다. 사고일 뿐”이라고 내뱉고, 친의 어머니는 억울함에 온몸을 떨어야만 했다.‘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88년)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실체를 명징하게 보여준 다큐멘터리. 89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아시안 아메리칸 법률재단에서 주는 ‘행동하는 정의상’, 영화계의 퓰리처상인 패버디상(90년)도 받았다. 이 ‘문제적 작품’의 감독 크리스틴 초이(Christine Choyㆍ51)가 자신의 최신작 ‘주부의 얼음땡’을 들고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뉴욕대 영화학과 교수로 15년째 재직중인 그녀가 영화에 뛰어든 것은 프린스턴과 컬럼비아대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은 71년. “처음엔 정말 외로웠어요. 아시아계로서, 더구나 여성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53년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인 아버지 최건우씨와 유네스코 직원이던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 둘째 딸로 태어나 한국 이름이 최명혜인 그녀는 홍콩을 거쳐 전쟁 직후 한국에서 9년을 지냈고, 다시 일본으로 거쳐 열 네 살 때 혼자 미국으로 유학갔다. 그녀가 ‘여성’과 ‘아시아’라는 화두에 끊임없이 천착하는 나름의 이유이기도 하다.

“상을 타거나 돈을 벌려고 영화를 하진 않아요.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TV에 비친 ‘동양인’ ‘여성’ ‘한국’ ‘중국’의 모습이 엉터리거나 정형화 돼있는 걸 보고 분노를 느껴 그걸 고치기 위해서죠.”

이번 영화제 개막작인 ‘주부의 얼음땡’ 역시 가부장질서에 순응하고 있지만 끝없이 일탈을 꿈꾸는 한국 주부들의 모습을 담았다. “평생 아내로, 엄마로 보낸 제 친구 박규원이 어느날 자신의 삼촌인 중국 최고 배우였던 김양의 일생을 ‘상하이 올드 데이스’란 책으로 펴냈고, 상도 받았어요. 그녀를 보면서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죠.”

“좋은 작품이 나오려면 방송국과 영화계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의다큐 붐도 HBO의 프로그램 지원에서 시작됐다”는 그녀는 “민감한 이슈를과감하게 다루는 새로운 다큐멘터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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