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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1등만 대접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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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1등만 대접받는 사회

입력
200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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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 뿌린 생선회, 배설물도 도금해 버린다는 금가루가 든 술…. 요즘 들어 사람들이 유별나게 금타령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은 금맥을 캐는 광부 역할에 사력을 다해야만 했고 은, 동 메달리스트는 남의 나라 선수인 양 찬밥 신세다.금메달리스트만이 집중 조명을 받았고 패배한 동료 선수나 올림픽 준비 임직원의 노고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최고, 1등만이 대접받는 사회의 특징은 승리한 자만이 살아 남는 과도한 경쟁이다.

통계에 의하면 올해 한국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11위다. 농토가 적고 도시 인구밀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최고지향주의’가 한민족을 우수하게 만드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심리는 자칫 고약한 버릇을 조장하기 쉽다. 예를 들어 일부 정치인은 스스로 어떤 건설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라이벌이 하려고 애쓰는 건설적인 작업을 망쳐 놓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또 어떤 이들은 ‘다른 잘난 한국인’의 험담을 늘어놓기 일쑤인데 알고 보면 대단한 악감정이 있어서도 아니고 실은 그 견제 대상을 마음속으로는 짐짓 인정하는 눈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표현으로 가까운 친지까지 견제의 대상이 되고 마는 이런 왜곡된 경쟁심은 외국인에게는 사뭇 낯선 의식이다. 주위의 다른 잘난 사람들에 대한 과도한 경쟁심은 차라리 남을 동정하는 것이 속 편하지 부러워하고는 못산다는 시기심으로 비쳐지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척박한 조건에서 지금껏 열심히 우열을 가리며 우리 국민들이 훌륭한 유전인자를 만들어 낸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 그렇다면 이젠 경쟁에서 라이벌을 압도하려고만 하지 말고 나를 견제하는 라이벌이 있었기에 정진해 온 자신을 보며 올림픽은 소수 승리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참가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말의 참뜻을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추이진단(중국인)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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