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발진, 가려움증, 마른 논바닥처럼 조각난 피부, 진물…. 영국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에게 ‘내가 못자면 아무도 못 잔다’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히기도 한다.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아이의 고통은 곧 가족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최근 내한한 독일 뮌스터대 피부과 과장인 토마스 루거 교수와 연세대 피부과 이광훈 과장으로부터 아토피 피부염의 최신 치료법을 들어보았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베일을 벗는 것 같은데.
루거= 유전자 결함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토피 피부염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체내에서 면역체계와 염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훈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실은 면역체계의 결함때문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T세포에 문제가 있다.따라서 최근엔 T세포만 겨냥한 치료제가 나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루거=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라이프 스타일이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화, 산업화, 서구화 등 여러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피부를 너무 자주 씻고 비누 등 세제를 과다 사용해, 세균이나 미생물에 공격받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면역체계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균이나 미생물에 접할 기회가 많은 농촌지역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발생률이 낮은 편이다.
이= 지나친 청결 외에도 카펫이 있는 환경, 항원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전세계적으로 10~15%, 나라에 따라 30%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급성염증 질환이라고 인식됐으나, 최근 성인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난치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신 치료 경향은?
루거= 이제까지 가장 대표적인 치료제는 스테로이드제제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제는 단기치료(2주 이하)용이어서, 장기사용할 경우 피부위축, 모세혈관 확장증, 성장장애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최근 개발된 크림제제는신속하게 가려움증을 덜어주면서 부작용도 없는 편이서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그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하고 있다. 피부를 항상 촉촉히 유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치료의 기본목표는 가려움증과 염증 감소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증에 별로 효과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제는 스테로이드로, 급성 증상에 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의사가 약을 처방해도 환자들은 약 대신 대체요법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한 급성 아토피 피부염 상태에서는 스테로이드로 가라앉힌 후 피메크로리무스 성분의 크림제제로 장기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질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루거=병을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자극 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피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나중에 천식에 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유아기에 아토피 피부염을 잘 치료해야 성인기에 천식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한 대규모의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아토피 피부염은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암보다 심각할 수 있다. 피부 때문에 대인관계를 피하고,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환자도 적지 않다. 아토피 피부염은 음식조절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아니며, 단시간에 완치된다는 허위성 과대광고에 현혹돼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전문의와 상의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 사회ㆍ정리=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