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03 북한 환경 상태 보고서’는 북한의 환경 오염실태에 대한 최초의 종합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통해 UNEP는 북한 환경에 대한 무성했던 우려를 공식 확인했다.보고서는 우선, 갈수록 심해지는 삼림 황폐화 문제를 지적했다. 연 1.56%에 이르는 높은 인구증가율, 에너지 수요의 증대, 자연재해, 삼림의 농지 전환 등이 기본 요인이다.
적절한 정화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ㆍ생활 폐수가 방류됨으로써 하천의 수질 오염도 심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력 생산과 생활 난방을 주로 석탄에 의존하는 데 따른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밝히면서 이 같은 대기오염의 건강 영향 평가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이번 보고서의 작성은 북한 당국이 지난 3년 간 적극적으로 협조를 했기에 가능했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식량난은 물론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오염의 실상을 더 이상 감추기보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는 게 나으리라는 정권 차원의 선택인 셈이다.
북한의 환경오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 해안 공업지대의 오염물질이 기류를 타고 한국에 날아드는, 2차 오염 우려에 비해 북한의 오염은 직접적이다. 특히 하천 오염은 접경 지역 하천의 오염 문제는 물론 곧바로 서해 오염을 부른다. 삼림 황폐화를 막기 위한 육림 및 농업생산 증대 지원에 덧붙여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한 정화 설비 지원 등을 서둘러야만 한다. 북한 주민의 생활 환경을 보호한다는 거창한 인식도 불필요하다. 그저 우리 환경을 지키려는 투자라고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더욱이 환경 지원을 위한 대북 협의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고, 그 경험은 앞으로 본격화할 중국과의 환경 교섭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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