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이 20대 여성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6월 대한산부인과학회부인종양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20대 여성은 전체 자궁경부암 발생 여성의 2.6%를 차지, 1996년 1.4%, 2000년 1.5%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는“흔히 자궁경부암은 40~50대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20대도 이제는 안전한 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5~6%)보다는 여전히 낮은 비율이지만,성생활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빨라지고, 자유분방해지면서 암 발생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 더구나 암으로 진행되기 바로 직전 단계인 자궁경부암 0기(상피내암) 환자까지 포함하면,20대의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은 더욱 높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의료계는 성관계를 통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을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세포의 90%이상에서 HPV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성경험이 없거나 HPV에 감염되지 않은 여성은 자궁경부암이 발생하지 않는다. HPV감염은 성접촉의 상대자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성상대자가 많을수록 감염위험이 높아진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자궁경부 상피이형증- 자궁경부 상피내암의 단계를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상피란 피부의 껍질, 즉 표피를 뜻한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서호석 교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서 자궁경부암 발생까지의 기간은 환자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다”면서 “자궁경부의 상피세포는 성접촉시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로 20세가 넘어야 완전히 성숙하는데 그 이전에 성접촉이나 외부 자극이 있을 경우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국립암센터 신해림 암역학관리부장이 부산지역 20대 남녀 대학생 9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학생의 15.2%, 남학생의 8.7%가 HPV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그 비율은 38.8%(여자), 10.6%(남자)로 더욱 높았다.
박종섭 교수는 “여성에게 HPV를 전파시킨 남성에게 오히려 감염률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남자의 성기 점막은 건조해 상대적으로 여자에 비해 조사도 어렵고, 성기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호석 교수는 “ HPV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자궁경부 상피 이행증으로 진행되려면 1~9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보통 1년 반 정도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나는데, 70~80%는 자연 감염상태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감염자의 0.2%만이 실제로 자궁경부암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예후도 나쁜 편이다. 얼마나 많은 파트너와 빈번하게 성관계를 갖느냐도 문제지만, 첫 성 접촉의 연령이 언제였느냐도 암 발생의 중요한 변수이다. 박종섭 교수는 “24세에 자궁경부암 2기로 발견돼 수술을 실시했던 A씨는 14세에 동네 불량배에게 윤간을 당했던 것이 원인이었고, 27세에 하혈이 심해 병원을 찾아다 뒤늦게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아 숨진 B씨는 19세에 남자친구와 몇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헤어진 경우”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자궁경부암은 난잡한 성생활이 아니더라도 단 한차례 성접촉만으로도 걸릴 수 있다”면서 “따라서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1년에 한번씩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자궁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말했다.
특히 의사들은 해부학적으로 아직 미성숙 단계인 20세 이전의 여성은 되도록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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