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스(Hellas)!, 헬라스(Hellas)!" 경기장을 뒤덮은 이 말의 의미는 우리의 표현으로 '대∼한민국'이다. 헬라스는 그리스. 자신들의 조상으로 알려진, 우리의 단군 격인 '헬렌'에서 비롯됐다. 헬레니즘(그리스 문화)의 어원이기도 하다.108년 만에 발상지로 돌아온 아테네올림픽은 지극히 '헬라스적'이었다. 개막식부터 그랬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을 액세서리로 앞세웠지만, 그 장대한 슬로우모션에는 사상과 학문(기하학), 민주주의 등 그리스의 전형이 펼쳐졌다. 개막 전날에야 완공됐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아름다움을 뽐낸 주경기장이나, 중국인도 놀랄 만한 '만만디 정신'으로 일하는 그들의 스타일도 철저히 헬라스적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비(非)헬라스적'인 대회였다. BC776년 펠레폰네소스 반도에서 열린 고대올림픽을 똑같이 재현했던 올림피아스타디움의 투포환 경기장에서 2명의 여자 선수가 약물검사에 걸려 쫓겨나는 등 최악의 도핑스캔들이 쏟아졌다. 심판판정은 더욱 가관이었다. 국제체조연맹은 "오심은 인정하나 번복은 없다"는 '건전한 정신'에 반하는 주장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이를 뒤집는 해프닝을 벌였다. 부정한 방법으로 순간의 영웅이 되거나 돈방석에 앉으려는 뒤틀린 심리가 어느 대회보다 팽배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조차 올림픽이 평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의 힘을 모방하려는 맹목적인 '근육 숭배자'들도 아니었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진리를 신봉했을 뿐이다. 병든 육체는 그릇된 욕망과 탐욕을 낳고, 전쟁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올림픽 행사'는 108년 만에 귀향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신'은 아직도 귀향하지 못했다.
/아테네에서 /박진용 체육부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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