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고지도에서 한국해 표기는 동해와 대한해협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이후 동해에 일본해 표기가 나타날 즈음, 지금의 대한해협 표기가 나타난다.대한해협은 서양고지도 제작자들이 만든, 우리의 고유 명칭인 ‘Korea’가들어가는 유일한 바다 이름이다. 최초로 대한해협을 표기한 지도는 1797년라페루즈의 지도이며, 1820년 브뤼에 지도 이후 활발하게 사용된다.
대한해협은 한국과 일본 규슈(九州) 사이의 바다를 말한다. 19세기에 들어서면 한국의 서해안과 동해안을 탐사한 영국 해군 중령의 이름을 따 대마도 서쪽을 브로튼 해협, 동쪽을 크루젠스테른으로 표기한 적이 있으나 그리 많지 않다. 1876년 영국 해군성 지도를 시작으로 대한해협이라는 대표명칭이 붙고, 그 아래 서수도(西水道ㆍWestern Channel), 동수도(東水道ㆍEastern Channel)로 나누어 표기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대한해협을 쓰시마(對馬島)해협으로 표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이로운 동해의 일본해 표기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한해협은 그들의 야욕대로 쓰시마해협으로 바꾸어 사용한 것이다. 바다 표기의 명칭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그들이 쓰시마해협 표기를 벌써 10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황은 개탄스럽다.
인터넷 백과사전의 ‘쓰시마해협’ 설명은 이렇다. ‘대한해협 동수도의 일본어 명칭. 한반도와 일본 규슈 사이의 대한해협은 쓰시마섬을 사이에 두고 그 동쪽 부분의 동수도와 서쪽 부분의 서수도로 나뉘는데, 동수도를 일본에서는 쓰시마 해협이라고 한다.’
한 신문사에서는 최근 한일 해저터널 관련기사를 보도하면서 대한해협 자리에 ‘대한해협, 쓰시마해협, 이키해협’으로 세분한 ‘일한 터널연구회’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일한 터널연구회’라는 국가표기순서는 차치하고라도 국내 언론 기사에서 대한해협을 이렇게 3등분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974년에 프랑스와 일본이 공동으로 사용한 해도에는 대한해협은 자취를 감추고, 쓰시마해협만 표기되어 있다. 은밀히 그리고 조용히 진행중인 일본의 야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30년 혹은 50년 후에는 대한해협마저 쓰시마해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쓰시마해협이 세계지도에 빈번하게 사용되어, 결국 표기 분쟁지역이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까.
그동안 명칭이나 영토관련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미봉책으로 언제나 국민들의 뜨거운 가슴에 기댈 뿐이었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이며 심도있는 연구가 너무 부족했다. 정부차원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도 부재했다. 우리 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정부와 학계,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학계에서는 자료수집과 연구에 더 힘을 쏟아 더 철저하고 객관적인 논리로 무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돈수ㆍ미술사학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