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김정태 쇼크’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회계위반여부를 검토했던 회계감리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자신들의 논의와 상반되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반발하는가 하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국민은행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확산되는 관치 논란
지난 23일 열린 2차 회계감리위원회. 회계ㆍ법률 전문가들인 민간 위원 중에서는 총원 6명 중 5명이 참석했다. 민간 위원 4명은 근거는 조금씩 달랐지만 “회계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1명만 “과실 이상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틀 뒤 증권선물위원회는 감리위 논의는 배제한 채 당초 금융감독원에서 올린 2가지 안 중 1안인 ‘중과실 3단계’로 의결했다.
익명을 전제로 감리위 민간 위원들은 격한 소리를 쏟아냈다. A씨는 “너무 뜻밖의 증선위 결정에 기가 막힐 정도”라며 “일부 세력들이 짜놓은 각본에 이용당한 것만 같다”고 격분했다. B씨는 “특정 인물(김 행장을 지칭)을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아무리 감리위가 자문기구일 뿐이라지만 그렇다면 굳이 감리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감리위→ 증선위 →제재심의위 →금감위’ 로 이어지는 결정 과정을 무시한 채 증선위가 끝난 다음날 금감원이 “김 행장은 자동적으로 문책적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된다”고 미리 공표한 것에 대해서도 여론 몰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시장은 김정태의 든든한 후원자(?)
시장에서는 ‘김정태 디스카운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27일 국민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4.17%(1,600원)가 하락, 이틀간 하락폭만 5.6%로 시가총액이 7,400억원 줄어들었다.
선봉에는 외국인들이 섰다. ING JP모건 모건스탠리 UBS 등 매도 상위 창구는 외국계가 싹쓸이했다. ‘김정태 공백’에 따른 부정적 리포트도 쏟아졌다. CLSA증권은 “김 행장이 퇴진하면 국민은행 주가에 부정적이며 대체할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모건스탠리증권은 “김 행장의 퇴진은 국민은행 뿐 아니라 한국 은행 산업에 악재성 뉴스”라고까지 평했다.
“친 김정태 세력의 여론 몰이”
여론이 불리하게 형성되는데 대해 금감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절차는 투명했고, 또 아무런 하자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감리위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증선위에서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징계 수위를 미리 공표한 것 역시 여론의 억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시장의 평가를 두려워 해 징계 수위를 달리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친 김정태 세력’들이 여론 몰이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명백한 잘못을 한 인물에 대해 동정론이 빗발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김정태 사태' 국민銀 兩노조 갈등
김정태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문제를 놓고 국민은행 내 노동조합들 사이에 갈등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27일 특별성명서를 내고 김 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 노조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영실패와 부도덕성인데 경영진은 이를 ‘표적감사’, ‘신관치’로 호도하고 있다”며 “김 행장은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은행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노조는 특히, “26일 경영진이 금감원을 비판하고 관치금융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채택과 조직적 항의 운동을 벌여달라고 요청해왔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합병 전 주택은행 노조는 전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SK와 LG카드 사태 때 김 행장이 정부 및 금융감독 당국과 대립한데 대해 괘씸죄가 적용된것”이라며 표적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은행 내에는 두 노조와 국민카드 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는데 국민은행노조는 주택은행장 출신인 김 행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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