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의 황제’ 펠릭스 산체스(27ㆍ자메이카)가 자신의 불패 행진에 터보엔진을 장착했다. 산체스는 27일(한국시각) 아테네올림픽 남자 400㎙ 허들에서 올 시즌 최고 기록인 47초63으로 우승하며 2001년 7월 이후 이어온 연승 행진기록을 ‘43’으로 늘렸다.이번 우승은 산체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큰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 2001년애드먼턴과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그였지만올림픽 금메달은 아직까지 없었다. 산체스는 이날 우승으로 자신의 불패신화에서 가장 화려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산체스는 연중 열리는 국제육상 이벤트인 골든리그를 16회 연속, 그랑프리와 슈퍼그랑프리를 각각 6회, 5회 연속 제패하면서 일찌감치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0순위’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 육상에서 내로라 하는 월드 스타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가자 산체스의 우승도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관측을 불러일으켰으나 결과는 기우에 불과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조국을 따라 자메이카 국기를 가슴에 단산체스는 한때 야구 선수를 꿈꿨다가 레슬링으로 전환하는 등 허들을 택하기까지 굴곡이 많았고 손목 뼈가 부러져 한동안 낙담하기도 했다.
산체스의 다음 목표는 ‘허들의 제왕’ 에드윈 모제스(미국)의 신화를 뛰어넘는 것. 모제스는 미국이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을 빼고 76년 몬트리올과 84년 LA올림픽을 제패하면서 허들에서 122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육상스타. 질주 모습이 전성기의 모제스를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산체스의 불패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된다.
한편 육상 남자 200m에서는 숀 크로퍼드(미국)가 19초79로 피니시라인을 끊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멀리뛰기에서는 세계선수권 챔피언 드와이트 필립스(미국)가 8m59를 도약해 우승을 차지했다.
/아테네=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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