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지수란게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지수라는데, 지난 7월에는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군요.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그런 경제적인 지표만으로 행ㆍ불행이 가려진다는게 어쩐지 석연치 않았습니다. 자료를 좀 뒤적여보니 역시나, 1976년 미국대선 때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가 포드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더군요.
불행지수를 내세우며 승리한 카터는 4년 뒤 대선에서 똑같이 경제문제를 들고 나온 레이건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슬로건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는있었어도, 국민의 불행지수를 정말로 낮추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반대로, 행복지수라는 것도 있습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은 2002년 행복지수를 재는 공식을 발표했는데, 최빈국으로 꼽히는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 1위라는 조사결과를 덧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로스웰과 코언의 공식에서는 개인적인 특성(P)보다 건강, 돈, 인간관계 같은 생존조건(E)이 5배 더 중요한데, 그보다 3배 더 중요한 것이 야망이나 자존심, 기대감, 유머 같은 고차원의 상태(H)라고 합니다. 행복은 결국 ‘마음’에 달려 있다는 뜻이 아닐지요.
불황기에 잘 팔리는 책을 분석하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경기가 바닥을 향할 때는 웃음, 바닥에서 반등할 때인 가장 불황이 심한 시기에는 감동이 담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것이지요. 책을 읽고 웃으며 마음을 펴고, 감동의 힘으로 용기를 얻는 현명한 독자들이 그만큼 많아서일 것입니다.
불황을 탓하지 않고 그것과 정면승부하는 책, 마음 깊숙한 곳을 움직이는 좋은 책들이 늘어나서, 온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민기 출판기획자ㆍ두앤비컨텐츠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