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김원기 국회의장, 이해찬 국무총리는 27일 차례로 방한중인 중국의 권력 4위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를 만났다. 우리의 당정 수뇌부에 대해 자 주석은 "2000년 전 역사문제로 양국관계가 훼손될 수는 없다"면서 "방문기간중 반드시 고구려사 문제에 따른 양국간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자 주석에 대해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강한 유감을, 김 의장은 탈북자, 이 총리는 핵 문제를 각각 제기했다.노 대통령의 자 주석 면담 및 오찬은 11시30분부터 예정된 30분을 넘겨 1시간 가량 진행됐고, 오후 2시까지 오찬이 이어졌다. 자 주석은 이 자리에서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들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장문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정상의 구두메시지로는 이례적으로 긴 내용이었다.
후 주석은 고구려사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우리는 충분한 지혜를 갖고 서로의 관심사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양국간 차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5개항의 고구려사 해법이 내용이 없다는 우리 국민과 정부의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노 대통령은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갈등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고구려사가 불거진 후 중국측에 대한 노 대통령의 첫 언급이다. 그러나 이날 유감 표명은 외교적으로 다소 실기(失機)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자 주석은 오찬이 끝난 뒤 노 대통령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이에 앞서 자 주석은 국회를 찾아 김원기 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를 면담했다. 김 의장은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근원으로 한국인들은 고구려사를 지키는 것을 '코리아'를 지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고구려사 문제는 어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보다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 주석이 대만 문제를 언급, "한국이 대만과 교류 협력하는데 경각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요구하자 김 의장은 "우리 정부는 한중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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