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이동통신 요금을 평균 3.7% 내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무색하게 됐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 소극적인 요금인하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혜택도 미미할 전망이다.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9월1일부터 요금을 평균 3.7% 인하키로 하고 이날 정보통신부에 변경된 요금제도의 인가를 요청했다.SK텔레콤은 정부의 요구대로 표준요금제의 기본료를 1,000원 내려 1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통화료는 기존 10초당 20원을 고수했다. 30여개에 이르는 선택요금제는 무료통화 혜택과 통화료 할인을 강화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3.7%의 인하 효과를 냈다.SK텔레콤측은 “일괄적인 기본료 인하로는 가입자의 다양한 특성에 맞게 짜여진 선택요금제의 효과를 살리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요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정부는 ‘3.7%+α’의 요금 인하를 바랬지만 결과적으로는 ‘3.7%-α’가 된 셈이다.
요금 인하가 이 같은 수준으로 이뤄지면 소비자들도 그리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지난해 월평균 4만3,000원의 요금을 냈던 SK텔레콤 가입자들이 3.7% 인하 조치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1,600원에 불과하다.표준요금의 경우 기본료 1,000원 인하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실제 요금 인하율은 2.3%로 떨어진다. 특히 휴대폰을 많이 쓰는 가입자일수록 요금 인하 효과는 미미해진다.
사정은 다른 이통사 가입자들도 마찬가지다. KTF과 LG텔레콤은 치열한 눈치보기 끝에 SK텔레콤과 비슷하거나 더 적은 폭의 요금 인하를 결정했다. KTF와 LG텔레콤은 “이미 SK텔레콤에 비해 요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무리한 요금 인하는 자제키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SK텔레콤의 소극적인 요금 인하를 반기고 있다.
KTF는 표준요금 기본료를 1만3,000원으로 내리고, 통화료는 10초당 2원이 싼 18원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른 선택요금제 역시 SK텔레콤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변경된다. LG텔레콤은 이미 국내 최저 요금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경쟁사와 요금 차이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요금 인하폭을 결정했다.
이동통신 소비자 모임인 세티즌(www.cetizen.com)의 일부 회원들은 인터넷 설문 조사를 통해 “이번 요금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5% 이상의 요금 인하가 이뤄져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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