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민주주의케빈 필립스 지음/오삼교 정하용 옮김
중심 발행/3만 2,000원
1970년대 중반 이후 늘어난 전체 소득의 70%가 최상위 1%에게 돌아갔다는 통계가 있다. 1989년에서 1997년까지 주식시장 이득의 42%이상이 가계 상위 1%의 손에 쥐어졌다.
부만 편중되고 말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경제평론가 케빈 필립스는 돈의 힘이 정치와 권력을 좌지우지하고, 결국 민주주의까지 위협한다고 본다.역사의 대결구도를 ‘계급전쟁이라는 허구가 아니라’ 부와 권력을 쥐고 권력을 남용하는 지배층과 광범위한 국민세력과의 대립으로 보는 저자는 이 책에서 200년이 못되는 동안 미국의 부호들이 어떻게 부를 쌓았고, 나아가 정치를 좌지우지했는지 파헤치고 있다.
독립전쟁 당시에는 전시 금융, 1790년대에는 선박 노획이 거부가 되는 방편이었다. 1830년대에는 부동산, 1870년대에는 철도, 20년 뒤에는 철강, 석유, 철도로 떼돈을 벌었고 1920년대는 자동차와 석유가, 1980년대 초 인플레에서는 석유, 상품, 부동산이 큰 돈이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정보기술산업의 호황이 큰 몫을 했다.
이 과정에서 뒤퐁처럼 전쟁을 지지해 이득을 본 기업이 생겨났고, 정권이 바뀌면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금융업자도 있었다. 이들은 반대로 돈의 힘으로 주 의회, 연방재판소, 의회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한다.
미국의 부를 금융엘리트가 지배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저자는 과거 황금기의 네덜란드, 영국의 쇠퇴에 접어들던 시기와 비슷하며 그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금융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1790년대부터 21세기 전환기까지 미국 최고 부호들의 면면과 이들의 부침이 미국정치와 경제, 나아가 빈부격차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책이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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