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女心)을 잡으면 돈이 보인다.”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여성의 지갑을 겨냥한 여성 전용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소득 향상과 함께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20, 30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불황 탈출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도 뜨거워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여심 잡기 마케팅’은 한때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현대차는 31일 출시하는 뉴EF쏘나타 후속 모델인 ‘쏘나타’에 후방 경보 장치 등 여성용 사양을 장착한 엘레강스 모델을 투입하는 등 여성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출시 닷새만인 23일 계약고 1만대를 돌파한 기아차 ‘스포티지’는 계약자 가운데 30% 이상이 여성이다. 통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여성 고객 비중은 10~15%에 불과한데, 스포티지는 세련된 디자인과 치마를 입고도 타고 내리는 데 불편이 없도록 좌석 높이를 낮춘 점 등이 여성 고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볼보자동차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독신 여성을 겨냥한 ‘여성 전용 컨셉트카’를 개발중인데 제작팀 140명 중 100여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GM코리아는 사브9-5 구매 여성 고객 30명에게 200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여행가방을 주는 판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레인콤이 3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여성 전용 MP3플레이어 ‘N10’은 2만4,000대나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액세서리를 겸한 감각적 디자인을 앞세워 틈새시장인 여성만을 공략한 제품이 출시 1달도 안돼 15% 이상의 시장 점유율(월 평균 15만대 판매)을 기록한 건 대단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LG캐논의 여성전용 디지털카메라 ‘익서스’와 나이키골프 코리아의 여성 전용 드라이버 등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여성 전용 제품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화장품 냉장고와 휴대폰에 거울을 부착한 거울폰 등은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심해 여성의 구매력도 위축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전용 제품은 소비 주체인 여성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