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올림픽 결승무대.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수들은 4년 동안 남 모르는 피와 땀을 흘려야 한다. 그처럼 고대하던 황금의 결승 진출 기회를 다른 누구에게 양보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결단이다.이번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승마팀의 맏형 우정호(33ㆍ삼성전자)가그랬다.
승마 개인전 결승라운드는 예선 1∼3라운드 성적을 합산해 매긴 순위가 45위 안에 들어야 출전할 수 있는 영광의 무대. 우정호는 그렇게 어렵게 확보한 기회를 후배에게 넘겨주었다. “저보다는 정현이가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우정호는 예선 성적 43위로 결승 라운드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일찍이 따냈으나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좋은 실력을 갖고서도 예선에서 51위에 머물러 결승 진출이 좌절된 아끼는 후배 주정현(30)이 너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길이 열렸다.
결승라운드 진출인원을 국가당 3명 이하로 제한하는 대회규정 덕분에 독일, 영국, 스웨덴 등 승마강국 선수들이 떨어져 나가 주정현까지 한국팀 4명이 상위 45명에 들어간 것.
예선성적 순으로 볼 때 주정현은 황순원(33위), 우정호(43위), 손봉각(44위)에 밀리는 꼴찌다. 최명진 감독으로서는 이 예선성적 순으로 상위 3명에게 결승전 출전 지시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우정호가 맏형다운 모습으로 나섰다. “저 대신 정현이를 내보내세요. 지난 4년 동안 함께 생활해봤지만 정현이가 나보다 실력이 훨씬 낫습니다. 예선에서 운이 따르지 않아 성적이 처졌지만 결승 라운드에 가면 저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겁니다…”
우정호는 또 “말 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 정현이의 말은 컨디션이 좋아 큰 일을 낼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강력히 고사했다.
20년 가까이 말을 탄 우정호에게도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고 더구나 개인전 결승무대는 앞으로 영영 서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큰 영예를 마다하고 후배를 위해 물러선 맏형 우정호의 아름다운 양보정신이 있어 우리 승마팀이 단체전 세계 9위라는 전례 없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아테네=고찬유기자 jutdae@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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