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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일랜드' 출연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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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일랜드' 출연 이나영

입력
200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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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25)은 참 별난 배우다. ‘CF 퀸’ 자리를 다투는 잘 나가는 미녀 스타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그 예쁜 얼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연기자로서 존재를 알린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최근작인 영화 ‘아는 여자’까지,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때로는 썰렁하고엉뚱하기까지 한 여자였다. 안전한 ‘큰길’을 두고 부러 ‘샛길’을 찾아가는 듯한 별난 행보는 9월1일 첫 방송하는 MBC ‘아일랜드’(극본 인정옥, 연출 김진만)에서도 이어진다.

‘네 멋’에서 호흡을 맞춘 인 작가가 “처음부터 이나영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여주인공 이중아는 세 살 때 아일랜드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의사(인턴)로, 북아일랜드 사태에 휘말려 가족이 몰살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죽어가는 가족을 외면했다는 자책감에 방황하던 중아는 서울로 흘러 들고, 경호원 강국(현빈)에게 의지한다. 둘 사이에 백수건달 이재복(김민준)과 에로배우 한시연(김민정) 커플이 끼어 들고, 어긋난 만남 끝에 새로운 사랑이 무르익을 즈음 중아와 재복의 출생비밀이 밝혀진다.

아픔의 색깔과 깊이는 다르지만, 두 번이나 가족이란 울타리를 잃고 제 안의 ‘섬’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중아는 ‘네 멋’의 여주인공 경을 떠올리게 한다. 옆에 있는 삶을 제쳐두고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주고받는 듯한 중아의 대사도 경의 엉뚱하지만 진솔한 말을 닮아있다.

하지만 이나영은 “사고방식이나 스타일, 말투 등이 전혀 다른 캐릭터”라면서 “두 배역이 같은 지점에 있다면 다시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작가도 “이나영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다른 것을 벗겨 보여주고 싶다. 이나영이란 배우가 어느 정도까지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고 거든다.

그녀는 ‘비주류’의 삶을 주로 연기해온 것에 대해 “그저 재미있을 같아 택했을 뿐”이라면서 “내가 재미있어야 보는 분들도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인다. 요즘 브라운관을 휩쓸고 있는 ‘신데렐라’ 역할에는 욕심이없는 걸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긴 그런 작품은 들어오지 않아 선택할 기회도 없었지만(웃음).” 그럼, 현실에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난다면?

그녀는 “그 왕자의 조건이 뭐냐”고 묻더니, 누군가 “모든 걸 갖춘 남자”라고 거들자 “에이, 그런 남자가 있겠어요?”라고 되받는다. “말 잘 통하는 사람이 좋아요. 얘기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말이 잘 통해야 믿음도 쌓이고 사랑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지 않겠어요?”

“너 고생 좀 해봐”라는 작가의 예고처럼, 요즘 이나영은 심한 건망증에 편집증, 폐소공포증 따위를 보이는 중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한여름에 털 목도리를 두르고 죽겠다고 한강에 뛰어드는 등 몸 고생도 심하다. “감정은 끌어올리되 대사 톤은 건조하게 하라”

“배우는 울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을 울려야 한다”는 등 연출자의 주문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런 고생이 ‘네 멋’에 못지않은 시청자들의 열광을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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