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ㆍ강효백,이해원 옮김
한길사 발행/1만6,000원
1979년에야 빗장을 연 중국은 지난 25년간 경제성장의 가도를 질주해왔다. 13억 인구의 거대 국가 중국은‘기회의 땅’이 됐다. 한ㆍ중 수교 12년째,‘차이나드림’을 꿈꾸며 중국 대륙으로 향하는 한국사람, 기업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수교 원년인 92년 한국의 중국 투자규모는 1억4,000만 달러(약 1,660억원)였으나, 지난해에는 13억4,4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11년 만에 10배가 됐다.
그동안의 교류를 통해 깨달은 사실은 중국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 정착에 실패하고 유턴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진출 국내기업의 투자건수 대비 철수건수 비율이 95년 0.71%에서 지난해 2.40%로 늘어났다.
경제ㆍ역사 전문작가로 활약하며 중국 신지식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천관런(陳冠任)은 중국을 상대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국가 내에서도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문화, 민족, 역사가 혼재된데다 일찍이 형성된 10대 상방(商房)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며 지역마다 상인들의 기질도 제각각이다.
중국 경제ㆍ무역ㆍ금융의 수도 상하이(上海)는 서구문물의 창구였던 만큼 사람들도‘서구화된 중국인’이다. 베이징(北京) 상인들은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반면, 상하이 상인들은 치밀하고 실용주의적인 서양인에 가깝다.
때문에 상하이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면 일단 성사된 계약을 존중하는 등 서양에서 통용되는 사업관행을 따르는 것이 좋다. 베이징 상인들은 정치에 민감한 만큼 사업상 거래를 할 때도 정치를 논하며 관료적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국 북방의 기질을 타고난 둥베이(東北) 상인들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스타일. 비즈니스 자리에서 함지박만한 사발로 상대가 기절할 때까지 술을 권하며 호방함을 과시하고, 허풍도 세다. 광둥(廣東) 상인들은 돈이 되지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지만, 역으로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대담하게 나온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모험을 시도해볼 만한 사업파트너다.‘돈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홍콩(香港)사회에서는 치열하게 돈 벌고 열심히 즐기고, 성실과 신용을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는 타이완(臺灣) 상인들은 약속을 어기는 순간 모든 거래가 물건너가기 때문에 신중하게 약속하고 일단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원칙.
이 책은 24개의 성(省)과 대도시, 경제특구, 행정특구 별로 상인들의 기질을 분석하고 있다.‘구체적이고 지역화된 중국인’에 대한 보고서이자 중국에서 어떻게 장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인 셈이다.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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