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일간 이라크 나자프에서 미군에 저항해오던 시아파 강경 지도자 알 사드르가 26일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의 협상안을 수용, 시아파 무장세력과 미군간 교전이 평화적으로 해결됐다.하지만 이번 타협은 시스타니와 사드르간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데 지나지 않으며, 향후 시아파 무장 대원들은 언제든다시 무기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 저항의 불씨가 잠시 잠복한 데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알 사드르는 이날 나자프 외곽에서 시스타니와 회동, ▲나자프 이맘 알리사원의 관할권을 시스타니에게 넘기고 ▲사드르의 민병대 메흐디군이 무기를 내려놓고 사원을 떠나며 ▲외국군대는 나자프를 떠난다는 것 등 5개항의 타협안에 합의했다.
시스타니와 이라크 임시정부는 또 살인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드르에게 더 이상을 죄를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무장봉기에 참여한 이들에게도 자유로운 귀향이 허용됐다.
사드르는 합의 후 27일 메흐디군에 이맘 알리 사원에서 떠날 것을 명령했고, 시스타니와 함께 나자프에 도착한 수만의 시아파 교도들은 알리 사원을 참배했다. 또 나자프 지역 치안은 양측간 합의대로 이라크 보안군이 맡게 됐으며 미군은 조만간 나자프에서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타협은 사드르와 시스타니에게는 윈윈 게임이었다.
미군의 강력한 공세로 성지인 이맘 알리 사원으로 몰린 사드르로서는 명예로운 철수를 보장해주는 타협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여기에 사면이라는 보너스를 받아 현실 정치가로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
시스타니측으로서는 4월, 8월 무장봉기로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혀가던 사드르를 이번에 제압함으로써 최고지도자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주전 사드르는 시스타니의 타협안을 거부할 정도로 시스타니의 입지를 위협했지만 이번 타협으로 시스타니의 1인자 지위는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향후 사드르가 시아파 지도자였던 아버지의 후광과 대미 무장투쟁경력을 무기로 현실정치에서 시스타니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돼 이들의 본격적인 권력투쟁은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공세를 통해 사드르를 제거하려 했던 미군과 임시정부는 사드르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안전한 해결책을 선택해야만 했다. 워싱턴포스트는“이번 타협을 통해 대중적 기반이 취약한 임시정부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시아파 무장 저항세력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방 외교관들은 향후 언제라도 이들이 다시 무기를 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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