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차이코프스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말이 많았다. 경연을 지켜본관객들은 우승자인 데니스 마추예프보다 3위 입상자인 프레디 켐프(27)의연주가 더 훌륭하다며 켐프에게 만장일치로 청중상을 줬고, 언론은 그를 그해 콩쿠르의 ‘영웅’으로 치켜세웠다.마추예프로선 기분 상할 일이지만, 그랬다. 그 뒤 마추예프는 우리나라에몇 차례 와서 귀신 같은 기량과 특별한 음악성으로 객석을 뒤집어놓고 갔다. 이제 프레디 켐프 차례다. 9월 8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독주회를 한다.
20대 중반의 젊은 피아니스트이지만, 켐프의 연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깊고 진지하다는 평을 듣는다. 마추예프의 현란함이 젊음의 치기 같은 다소 들뜬 기운을 띠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주회 프로그램 또한 대조적이다.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을 하루 저녁에 2~3개씩 기막힌 솜씨로 해치워 청중을 질리게 만들었던 마추예프는 2002년 LG아트센터 초청 독주회를 슈만,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차이코프스키의 낭만음악으로 했다. 켐프는 이번 독주회를 위해 베토벤의 소나타 23번 ‘열정’과 8번 ‘비창’, 쇼팽의 연습곡(12곡 전곡)을 골랐다. 무겁고 진지한 선곡이다.
‘열정’이나 ‘비창’은 하도 잘 알려진 곡이어서 연주자로서는 일단 부담스러울 수 있다.쇼팽의 연습곡 또한 한 피아니스트의 전모를 드러낼 만한 레퍼토리다.
켐프는 2002년 다니엘레 가티가 지휘한 로열 필하모닉과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로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BIS 레이블에서 리스트,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쇼팽 등의 음반을 녹음했으며, 실내악에도 관심이 많아 ‘켐프 트리오’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공연문의 (02)541-6234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