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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제 많은 국정원 과거사 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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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제 많은 국정원 과거사 캐기

입력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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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자체 과거사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인권침해행위 및 불법행위 고백'을 촉구, 과거사 문제를 공적 영역으로 전면 확대하고자 한 데 대한 즉각적인 화답이다.이제 국가기관까지 과거사 청산을 공식화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정치, 사회적 논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바야흐로 나라 전체가 과거의 수렁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어가는 양상이다.국정원이 열거한 규명대상들은 설립 이후 관여한 주요 사건들을 망라하고있다. 이는 그야말로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허무는 일이거니와, 조사과정에서의 문제도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길게는 30, 40년이 지난 일들을 무슨 수로 어떻게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장준하 선생 건만 해도 최근 의문사위 재조사에서도 자료와 증언의 미비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사건이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사건들이 태반이어서 신물나는 정치적 싸움거리만 또 양산하는 외에 별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다.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결론이 뒤집힐 경우 국가구성과 유지의 기본틀인 법적 안정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고,재판 중인 사건에서는 조사 자체가 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의 내부가 외부인들에게 노출되고, 국정원의 전.현 직원들 간에 갈등과 반목이 빚어질 일은 또 어쩔 것인가.

국정원은 "거리낄 것이 없다"며 기존 결론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원장조차 수사결과를 인정한 KAL기 폭파사건까지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분위기에 떠밀린 불필요한 재조사임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정보기관다운 냉정하고도 현실적인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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