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 당 50달러 선에 육박하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이 하향 안정화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1.74달러(3.85%) 급락한 배럴당 43.47달러에 마감됐다. WTI 유가가 44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6일 이후 처음이며 이날 하락폭은 3개월래 가장 컸다. 이로써 20일 장중 49.4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유가는 이후 4일 연속 하락하면서 6달러 가까이 떨어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이날 유가 하락은 지난주 미국 휘발유 재고분이 예상과는 달리 감소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225만 배럴 감소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미국 에너지부는 재고량이 2억 570만 배럴을 기록해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발표해 시장의 수급 불안을 크게 완화시켰다. 여기에 전미석유협회(API)가 집계한 휘발유 재고는 2억842만 배럴로 오히려 150만 배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그러나 최근의 가파른 급락세는 석유쇼크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주범으로꼽히던 헤지펀드의 동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이다. 유가를 50달러 선 위로 끌어올리려던 투기세력은 20일을 정점으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원유 선물시장에서 다시 투기자금을 걷어들이고 있다.추가적인 유가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헤지펀드들이 시장에서 손을 털고나간 것이 유가가 안정되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 유코스 사태, 베네수엘라 정정불안 등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1차 저항선이었던 배럴당 45달러가 하향 돌파됐기 때문에 유가가 계속 하향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며 41~42달러 선에서 다음 지지대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론텍사코 등 메이저 석유업체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고유가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다. 산유국들의 증산여력이 한계에 봉착해 있고, 중국 등의 요인으로 수요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유가하락을 대세로 점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올 4ㆍ4분기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2,825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상향하고 내년 수요도 당초 예상보다47만 배럴 많은 2,828만 배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고유가에도 불구, 경제성장세에 따른 석유 수요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석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는 다시 고공행진을 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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