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표된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둘러싸고 학생, 교사, 입시전문가, 학원, 대학 등 당사자들은 하루 종일 뜨거운 반응을 쏟아 냈다. "강남명문고를 없앨 기회"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 "대학 서열화가 퇴색될 것" 등 환영의 목소리와 "내신 과외가 불가피하다" "대학 본고사 부활의 신호탄이다" "또 바뀌어 혼란만 초래한다"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팽팽히 엇갈렸다.
서울 강북의 중학생 김모(14)군은 "학교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내신성적이 부여되기 때문에 강북학생이나 지방학생에게 유리할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강남 명문고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평가했다.
지방의 한 고교 교사는 "지금까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학원에 매달렸지만 앞으로는 내신성적을 잘 따기 위해 학교 공부에 충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서울 Y중 3년 김범기(15)군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또 바뀐 것을 보고 나 자신이 마치 실험용 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신 강화로 오히려 내신 과외가 극성을 부리면서 사교육이 판을 칠 것"이라고 이번 입시안을 꼬집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학부모 이모(43)씨는 "내신에 치중하면 학교 공부는 열심히 할지 몰라도 대학이 요구하는 심화학습 능력은 떨어지면서 학력저하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S여고 김모 교사는 "대학은 고교 내신을 믿지 못해 논술 및 구술면접을 변형, 본고사화하거나 지필고사 부활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대입안을 두고 상위권 학생과 중하위권 학생간 '체감도'가 확연히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내신 9등급화로 상위권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변별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고 논술·면접 비중이 높아지면서 교과 밖 내용까지 학습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며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여러가지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경우 상위권대는 "수능 약화에 따른 변별력 저하 대책과 내신 신뢰도 제고 방안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중·하위권대에서는 "수능에 의한 대학서열화가 사라져 고교와 대학 교육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대입안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에서 "수능 1등급 학생수가 전체의 4%인 2만4,000명 가량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모집정원과 비슷해 학생간 경쟁완화 효과보다는 학력저하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번 입시안은 학교교육 정상화나 사교육비 해소라는 점에서는 미흡한 졸속안"이라며 정반대의 입장에서 새 대입제도를 비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