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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브랜드 장사 한계에 왔다

입력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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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유통의 골리앗 백화점에게 국내 디자이너들은 ‘찬밥’ 신세라고? 적어도 올 가을부터는 양상이 좀 바뀔 전망이다. 백화점마다 개성있는 젊은디자이너들의 편집매장을 다투어 신설, ‘패션 1번지’를 겨냥한 총력전에나섰기 때문이다.해외 명품브랜드 유치에 혈안이었던 백화점들이 국내 패션디자이너들의 감도와 오리지널리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일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견 디자이너그룹 ‘뉴웨이브인서울(New Wave in SeoulㆍNWS)’과 손잡고 26일 소공동 본점 4층 여성정장층에 디자이너 편집매장 NWS를 35평 규모로 열었다.

참가 디자이너는 이 그룹 회장을 맡고있는 박은경씨를 비롯 홍은주 한승수 김서룡 박윤정씨 등 5명이다. 기획과 생산은 디자이너들이 맡고 영업과 판매는 ㈜CJC에서 대행한다.

지난해 처음 개인컬렉션을 선보인 신인 디자이너 편집매장도 9월10일쯤 선보인다. 롯데 본점 2층 영캐주얼 매장에 18평 규모로 들어설 이 편집매장은 2세 디자이너인 노승은 송자인씨를 비롯 수제화 브랜드 ‘수콤마보니’의 구두디자이너 이보현, 각각 홍콩과 뉴욕에서 활동했던 임현희 이은우씨등이 참가한다.

현대백화점은 젊은층이 주 고객인 신촌점에 30평 규모의 신인디자이너 편집매장 ‘C:컨셉’을 27일 오픈한다. 의류와 액세서리를 각각 7:3 비율로구성한 이 매장은 이영지 이은정 서승희 카트디에어포트 등 신진디자이너들이 참가한다.

이중 카트디에어포트와 서승희는 백화점측이 직매입하며 나머지 멤버들은 매장수수료를 내고 참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백화점의 국내 디자이너 편집매장 개설은 그간 패션유통의 핵심세력이면서도 국내 신진디자이너의 육성은 철저히 외면해왔던 백화점들이 자세를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NWS편집매장 개설을 주도한 롯데백화점 매입부 김석호 여성정장팀장은 “패션백화점 1위라는 자존심을 걸고 디자이너들에게 실질적인 등용의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편집매장 개설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셔널브랜드들에 비해 매장수수료를 약 30% 낮췄으며 능력이 검증된 디자이너들은 따로 독립시키는 형태로 장기 지원하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국내 디자이너 육성이라는 명분이 달라진 패션소비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디자이너 박은경씨는 “90년대가 브랜드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똑똑한 소비자들이 옷 자체를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라입는 시대다.

편집매장의 활성화는 백화점이 브랜드 장사가 아닌 감도와 오리지널리티를 팔아야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는 갤러리아백화점이 99년부터 운영중인 디자이너 편집숍 G.D.S다. 이 편집매장은 그간 박지원 앤디앤뎁 홍승완의 스위트리벤지 등 스타급 디자이너브랜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갤러리아의 이미지를 국내 백화점중 가장 패션지향적인 백화점으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갈수록 많은 내셔널브랜드들이 비좁은 백화점 매장을 벗어나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두점 진출쪽으로 유통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백화점들이 기득권에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LG패션 마케팅팀 서영주 과장은 “실력있는 브랜드는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내면서 백화점에 머물 필요를 못느끼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그간 매출 확대에만 연연하던 백화점들이 효자브랜드들의 이탈움직임, 명품브랜드의 대중화에 따른 차별화 부족, 내셔널브랜드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패션감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등을 이제서야 깨닫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패션가에서는 이번 백화점과 디자이너의 만남이 서로 윈윈 전략을 통해 한국 패션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자금과 영업력이 딸리는 디자이너들이 백화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 패션계의 창의적인 인재풀을 키울 수 있기 때문.

다만 백화점이 구색맞추기가 아닌 패션인재 양성에 대한 진지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추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견디자이너 김동순씨는 “일본 이세탄백화점은 신인디자이너 편집매장을 운영하면서 최소 2년간은 매출에 상관없이 입점디자이너를 지원한다”면서“디자이너가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상품을 일부 사입해 재고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적 지원장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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