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슴벌레를 키우게 해 주세요."환경부에 때아닌 왕사슴벌레(사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곤충학 전공학자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만과 하소연이 연일 환경부 홈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 왕사슴벌레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자 애완용 곤충 동호인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국내 애완곤충 사육인구는 줄잡아 10만여명. 이 가운데 3분의 2가 왕사슴벌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이 대중적인 애완용 곤충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이를 포획·채집·보관할 경우 엄한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면서 애완용 사육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애완곤충 브리더(인공번식 전문가)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애완곤충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왕사슴벌레를 멸종위기종으로 묶어 두는 것은 애완곤충문화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만행"이라며 "수많은 곤충농장과 곤충매장들은 이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다른 애호가는 "왕사슴벌레 유충이 3,000원 정도에 거래될 정도로 대중화한 상태인데 보호종으로 통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멸종위기종 지정해제를 요구했다. 한 초등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왕사슴벌레를 인공번식해 기르고 있는데 이제 다 풀어 줘야 하나요"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상 국내산, 수입산 할 것 없이 원칙적으로 왕사슴벌레의 사육을 금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애완용이라 하더라도 처음에는 자연에서 채집한 것이기 때문에 법에 따른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기왕에 기르고 있는 애완용 왕사슴벌레는 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이후 1년 이내에 각 지방환경청에 보관신고를 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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