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폭행해 죽게 한 뒤 토막 내 매장했던 10대 7명을 9년 만에 검거한 사건이 공소시효를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1995년 2월 친구를 수시간 동안 폭행한 후 방치해 사망케 한 다음, 시신을 토막 내 매장한 혐의로 지난 달 기소된 원모씨 등 20대 7명이 최근 첫 재판에서 "폭행 후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죽게 내버려뒀다"는 기존 검찰에서의 진술을 바꿔 "죽을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죽어 있었다"는 식으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으로 인한 사망, 토막매장 등 주요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유독 "죽을 줄은 몰랐다"며 의도 부분만 번복하고 있는 것.
두 진술은 언뜻 보면 별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10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사느냐, 아니면 전혀 징역형을 살지 않고 풀려나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있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할 때 적용한 혐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소극적 살인에 적용되는 이 혐의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7명의 피고인에게 이 혐의가 적용될 경우 꼼짝없이 긴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새롭게 제기한 "죽을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죽어 있었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혐의는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나 유기치사가 된다. 두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 혐의가 적용되면 시효가 2002년 2월로 만료돼 면소 판결을 받고 풀려나게 된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폭행치사나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사받을 당시 진술에 더 신빙성이 높다는 부분을 강조해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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