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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신혼여행 사진과 한 집안의 어린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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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신혼여행 사진과 한 집안의 어린 관객들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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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참 아래의 후배에게 들은 얘기다. 일곱 살과 여섯 살의 연년생 아들을 두었는데, 요즘 이 아들들이 엄마 아빠에 대해 부쩍 궁금하는게 많단다. 초저녁에 한번 자고 일어나서는 늦은 밤 어른들이 잠자리에 들면 꼭 한번씩 교대로 엄마 아빠가 무얼 하나 안방 문을 열어보고 간다는 것이다.또 며칠 전에는 이 녀석들이 엄마 아빠 신혼여행 앨범을 죄다 꺼내놓고 낄낄거리더라고 했다. 어느 부부나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들은 더러 키스를 하거나 꼭 껴안듯 포옹하고 찍은 사진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집의 악동들이 그 사진들을 펼쳐놓고 엄마 아빠 몸매 감상을 한 것이다.

“히히. 이거봐라. 엄마 아빠 지금 뭐하냐?” 큰놈이 어떤 사진을 한 장 골라내놓으니까, 작은놈도 자기가 차지하고 앉은 앨범 속에서 비슷한 사진을 찾아내 함께 낄낄거리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신혼여행지에서 찍어온 ‘미성년자 관람불가’ 내지 ‘초등학생 관람불가’ 사진을 칠팔년 후 자신들이 낳은 미래의 관객들이 보는 것이다. 후배는 그때 기분이 참 묘했다는데 이거야말로 그 집만의 일이 아닐것이다. 다들 한집안의 어린 관객들 조심하길…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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