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39)씨는 1999년 서울 도봉구 상계동의 2층 상가를 분양 받았다가 아직도 큰 손해를 보고 있다.자기자본 3,000만원을 투자하면 월 100만원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양업자의 말을 믿고 대출금을 포함해 총 5,500만원을 들여 이 상가를 구입했다가 5년간 세 한번 못 놓지 못한 채 매달 관리비와 대출이자만 날리고 있다.장사가 워낙 안돼 분양가의 30%도 안 되는 1,500만원에 팔려고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불황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하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을 향해 입질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역시 경기 불황의 예외가 아니어서 무리한 투자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이 주식 등 금융상품에 비해 투자위험성이 낮은 편이지만 이 분야 역시 전문가들조차 예측이 쉽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난해하다. 더구나 부동산은 투자 규모가 커서 일반인은 한번 실수를 하면 만회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아파트나 상가, 펜션 등에 대한 정보는 주로 신문 기사나 광고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업자들의 부동산 광고는 과대 광고인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9개 상가분양 광고 234건을 조사ㆍ분석한 결과, 50% 이상이 입증되지 않은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상가분양 관련 불만 상담 건수는 2001년 146건에서 2002년 216건, 2003년268건, 올해 상반기 153건 등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상담의 80.3%가 ‘해약 관련 불만’이었고, 해약을 요구한 소비자의 53.7%가 계약금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
수익률 보장에도 함정 있다
올해 들어 콘도, 상가의 경우 분양이 저조하자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펜션이나 콘도 분양의 경우 대개 이용 기간을 희생하는 대가인 방식이 대부분이라 실제 수익률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가에 대한 수익 보장도 보통 1년 정도만 은행이자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보상해 주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이런 수익 보장 부담금은 대개 분양가에 전가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분양자가 떠 안는 셈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테마상가의 경우 수익성 보장을 위해 구좌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좌제는 초기 부담이 적은 대신 상가가 활성화되지 못했을 경우 처분이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경품, 분양가 리콜제 등 판촉도 요주의
최근 아파트를 청약하면서 모델하우스에서 열린 경품행사에 당첨돼 승용차를 탄 A모씨는 분양대행사의 부도로 큰 손해를 봤다. 판촉 당시 분양대행사는 경품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당첨자에게 주었고, 당첨자는 세금을 부담하고 차를 인도했다.
그런데 이 분양대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금융회사가 A씨의 차를 압류해간 것이다. 당첨자는 세금만 고스란히 날리게 된 것이다. A씨는 시공을맡은 건설사에 하소연했으나 시행사와 시공사는 별개라는 얘기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근 미분양이 늘면서 시행사들이 입주 시 인근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보상한다는 ‘분양가 리콜제’를 종종 도입하고 있다. 이 경우도 입주 시 이 조건을 내건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보장 받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급면적과 전용면적은 다르다
아파트나 주상복합, 오피스텔 분양시 시행사들은 공급면적이나 전용면적을 표시한다. 공급면적은 집안면적(발코니 제외)을 가리키는 전용면적에 주차장, 엘리베이터, 복도 등 공용면적을 더한 것이다.
보통 공고되는 분양가는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전용 면적은 같으면서 공급면적을 넓게 책정해 분양가를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한 예로 공급면적 34평형이나 32평형의 경우 실제 전용면적은 국민주택 규모인 25.7평으로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34평형은 전용면적은 같으면서도 분양가는 2,000만원이 더 비싼 셈이다.
모호한 역세권ㆍ학군 개념
부동산 분양광고에서는 빠지지 않는 것이 교통과 학군 여건이다. 특히 역세권은 주택이나 상가에서 가장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다.
흔히 부동산 광고에서 ‘역으로부터 도보로 몇 분 거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수가 실제보다 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돌아가는 길을 고려하지 않고 직선거리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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