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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서 나만의 가을 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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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서 나만의 가을 그려볼까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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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都心), 도시의 심장. 빵빵거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사람들로 북적대는 거리, 시간에 쫓겨 늘 바쁜 발걸음…. 희뿌연 매연으로 시야마저 혼탁하지만 가을이 한 줄 서늘한 바람으로 기척을 보내올 때면 불현듯 '이렇게 바쁜 너는 누구냐'고 묻는 나 자신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럴 때 조금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그러면 거기에 내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미술관이 있다.

덕수궁 돌담길 따라 호젓하게

고궁과 어울려 서넛씩 모여 있는 미술관들은 서울 도심이 받은 몇 안 되는 축복 중 하나.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성황리에 샤갈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2002년 5월 옛 대법원이 있던 중구 서소문동으로 이전해오면서 덕수궁 내 현대미술관과 함께 정동 일대를 전통과 예술이 어우러진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일제 강점기에 르네상스 양식을 적용해 지어진 경성재판소를 재건축한 시립미술관은 담장이 없고 올라가는 길도 경사 없이 완만한 데다 '연인들의 거리' 덕수궁 돌담길도 마주하고 있어 산책로로도 최고. 미술관 1층 로비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거대한 비디오 아트 '서울 랩소디'가 전시돼 있으며, 2층에는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천경자 화백을 기려 '천경자실'이 마련됐다. 샤갈전은 2,3층 천경자실 이외 모든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1933년 덕수궁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석조전(현재 궁중유물 전시관)을 미술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덕수궁현대미술관은 38년 서관을 지으면서 두 동으로 규모가 커졌다. 고풍스런 돌계단과 르네상스 양식의 돌기둥에 기대 사진 찍는 사람들로 늘 붐비는 중앙정면은 두 건물을 연결하기 위해 건널복도를 만들면서 설치한 것. 근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이 미술관은 덕수궁 입장권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의 소호(Soho) '미술관거리'

경복궁 옆으로 길게 뻗은 삼청동길은 일명 '미술관 거리'로 불린다. 몇 해 전 이중섭 회고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갤러리 현대를 기점으로 금호미술관, 국제갤러리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데다 근래에는 보석 골동품 등 각종 명품점까지 들어서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실이 모여있는 뉴욕의 소호지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발적 차림으로 지붕 위를 걷는 여자(마네킹) 때문에 길을 걷다 종종 깜짝 놀라게 되는 국제 갤러리는 그 이름에 걸맞게 82년 개관한 이후 요셉 보이스, 빌 비올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해오고 있다.

차 한 잔 마시며 사색 속으로

시인 이상의 아내였다가 김환기 화백과 재혼한 고 김향안 여사가 부암동 주택가에 남편을 기려 만든 환기미술관은 국내 추상미술 1세대인 김 화백의 유작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차를 마시며 진열된 책을 골라 볼 수 있는 별관 1층 카페가 분위기 좋기로 특히 유명하다.

95년 쌍용그룹 창업자인 성곡 김성곤 회장의 옛 자택에 세워진 성곡미술관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재벌가의 정원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조각품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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