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뽑아 봤자 기업 입장에선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재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 기업의 손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어마어마한 낭비다."(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기업이 대졸 신입 사원들을 재교육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연간 3조원으로 추산된다.
대학 교육에 대한 산업계 불만이 고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동은 학생들의 경우 취업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기업들로서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전략이 되고 있다.
영남대는 최근 삼성전자(주) 구미공장과 계약학과 설치 및 운영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측이 요구하는 교육 내용으로 '계약학과'를 개설, 운영키로 했다. 영남대는 먼저 이번 2학기엔 기존 학과와는 별개로 영어영문과와 일어일문과, 중어중문과를 계약학과로 설치, 삼성전자 직원들의 재교육을 담당한다. 삼성전자 직원들 가운데 영남대 편입학 전형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수업은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 진행된다. 영남대 이상천 총장은 "기업의 현장기술과 대학의 이론지식을 결합,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부품기업인 (주)만도도 2월 경북대와 '만도트랙' 협약을 맺고 전자전기컴퓨터학부와 기계공학부 3학년생 20명을 뽑아 '차량동력학' '만도프로젝트' 등 회사가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하고 있다. 만도는 이들에게 1년에 1,000만원씩의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 채용을 보장한다. 만도 관계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만도트랙'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지난해부터 서울대, KAIST, 한양대 등 7개 대학 15개 연구팀에 연구 과제를 준 뒤 3∼5년 지원키로 한 '포스코 철강연구 지원제도'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직접 키우겠다는 취지이다. 삼성전자도 97년부터 삼성전자와 대학이 공동으로 학부 과정을 개설, 1년은 학교에서, 나머지 1년은 회사에서 교육을 받는 실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고교 졸업생 가운데 우수 학생을 선발, 현업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교육을 연암공업대에 위탁 양성하는 '특약학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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