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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에 물러선 청와대 천성산 "어정쩡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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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에 물러선 청와대 천성산 "어정쩡 중재"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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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환경부가 26일부터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를 중단하고 민간단체의 천성산 환경합동조사를 제안한 것은 시민·환경단체와 철도시설공단의 입장을 모두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환경단체와 불교계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는 방안이 빠져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건설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은 공사중단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어 향후에도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지금까지 청와대와 환경부는 "현행법상 환경영향을 최소화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청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단식농성 57일째를 맞은 지율 스님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시민·환경단체들의 주장이 급격히 세를 얻자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고 판단,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책사업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건교부와 철도시설공단의 입장도 고려, 환경영향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도룡뇽 소송 2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공사를 중단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율 스님은 이날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계속 주장했다. 병원으로 가면서도 농성 재돌입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26일 곽결호 환경부 장관과 도롱뇽 소송 대표단 간의 모임도 쉽게 결론을 모으지는 못할 것 같다.

환경영향평가 재실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도롱뇽 소송 대표단은 터널건설에 따른 지질과 생태 환경 영향에 대한 정밀감정을 2심 재판을 맡고 있는 부산고법에 신청할 예정이다. 법원이 감정을 받아들인다면 실질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심 판결 때처럼 흑백논리에 따라 단순히 도롱뇽의 소송자격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환경피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천성산도 살리고 국책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하는 대승적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

2002년 6월 공사 착공 이후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슈로 파행을 겪어오다 지난해 어렵사리 천성산 터널공사를 다시 시작한 철도시설공단과 감독관청인 건교부는 또다시 공사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난감해 하고있다. 당장 2010년 완공예정인 경주―부산 2단계 사업의 공기 차질이 우려되는데다 소송결과에 따라서는 아예 노선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판결이 길어질 경우 공사중단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도롱뇽 소송은 9월13일 3차 공판이 열리며 최종 결론은 내년 상반기쯤 내려질 전망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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