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드나들어 판문점이 집같이 느껴지지요. 비록 자리를 떠나지만 앞으로도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1989년 5월 소령 시절부터 15년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한국군연락단에서 대북군사회의 분야의 외길을 걸어왔던 정영도(54ㆍ3사8기) 대령이 판문점을 떠났다. 한국군 최고의 대북회담 베테랑인 그는 내년 전역을 앞두고 사회적응 교육에 들어간다.
그는 “미련 없이 근무를 해서인지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판문점 중립국감독위가 24일 그를 위한 송별오찬을 마련하는 등 주위의 서운함이 더 크다. 주한미군사령부 김영규 공보관은 “또 한 분의 판문점 산증인이 떠났다”고 말했다.
군사정전위는 53년 정전협정 체제를 감독하고 협정위반사건을 협의ㆍ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 그러나 91년 정전위 수석대표가 한국군 장성으로임명된 후 북한은 대표단을 철수시킨 상태다.
정 대령은 판문점과 인연을 맺은 계기에 대해 “그저 그 때 그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회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붙박이로 양성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에도 그것에 대응할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결코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90년 제4 땅굴 발견, 94ㆍ9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침투, 96년 동해안 무장간첩 침투, 98년 북한 잠수함 인양, 2001년 북한 민간선박제주해협 통과 등 굵직굵직한 사건의 수습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는 “2001년 6월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 때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대한민국 영해 침범이라는 국제법적 동의를 얻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 대령은 “북한은 정전협정을 무력화해 유엔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 철수 명분을 확보하려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원칙을 하나씩 양보하다 보면 결국 명분을 다 뺏겨버린다”며 원칙적인 대북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판문점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곳”이라며 “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호기자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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