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임여성(可姙女性) 인구가 사상 최초로 감소했다. 그동안 나타난 출산율의 상대적 감소와는 차원이 다른 절대적 의미의 '국가 출산력'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 출생아와 인구의 자연증가 규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인구 고령화는 물론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출생·사망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5∼49세 이하 가임여성은 1,375만8,000명으로 2002년(1,378만5,000명)보다 2만7,000명 감소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출산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임여성 숫자는 1993년 1,279만명에서 2001년 1,377만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으며, 가임여성이 절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산율은 출산 장려운동으로 단기간에 돌이킬 수 있으나 출산력은 인위적으로 높일 수 없어 대한민국의 '국가 재생산 능력'이 위협 받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출산력 감소에 따른 인구 감소 우려는 이미 현실화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 1명의 출산율(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전년(1.17명)보다 개선됐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지만, 출산율 수치상으로는 바닥을 친 셈이다.
그러나 출산력 감소가 출산율 증가를 능가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9만3,500명으로 또다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인구의 자연증가도 24만7,700명으로 전년(24만8,100명)에 이어 사상 최저수준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평균 출산연령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출산모의 평균 연령은 29.8세로 10년전인 1993년보다 2.2세 상승했다. 결혼 후 2년이 되기 전에 첫 아이를 낳는 비율도 72.6%로, 10년전의 82.8%에 비해 10.2%나 낮아져 신세대 부부들의 계획임신 경향을 반영했다.
반면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비는 108.7명으로 10년전의 115.3명보다 6.6명이 개선돼 신생아 성비는 정상(105갻2명)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셋째 아기 이상부터는 성비(136.6명)가 급격히 높아져 남아 선호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울산(115.6명)과 경남(113.7명)이 성비가 높았다.
한편 만혼(晩婚)의 영향으로 자연적으로는 임신이 힘든 불임부부 비율도 급증했다.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는 9,852명으로 출생아 대비 쌍둥이 비율이 사상 최고인 2.0%에 달했다. 이같은 비율은 93년(1.13%)보다 75%나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쌍둥이 비율이 급증한 것은 병원에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등으로 임신한 불임 부부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40, 50代 남성 사망률 "여성의 3배"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사망률은 여성의 1.2배이지만 40대와 50대에서는 남성 사망률이 또래 여성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은 60대, 여성은 연령이 70대를 넘어선 뒤에는 사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 사망률이 여성보다 얼마나 높은가를 표시하는 '남녀 사망률비'를 집계한 결과 평균 1.22로 나타나 남성 사망률이 여성보다 20% 가량 높았다.
특히 40대 연령층의 '남녀 사망률비'는 2.85로 질병, 과로, 사고 등에 따른 40대 남성의 사망확률이 여성보다 2.85배나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률비 수치는 50대에서도 2.83으로 높았으나, 60대부터는 2.47로 감소했다.
또 남성은 60대로 접어들면서 인구 1,000명당 사망자가 20.1명으로 50대(8.4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여성은 60대까지는 1,000명당 사망자가 8.1명에 머물렀으나 70대로 접어들면서 28.6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총 사망자는 2002년(24만6,500명)보다 700명 감소한 24만5,800명으로, 인구 1,000명당 사망자인 '조(粗)사망률'이 5.1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8.0), 미국(9.1), 프랑스(9.1)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낮은 것으로, 우리나라의 노령화 수준이 이들 국가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철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