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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고구려史 특위'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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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고구려史 특위' 밥그릇 싸움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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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고구려사 왜곡대책특위 구성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다음날인 24일 오전, 정치권은 또 한번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가 특위 구성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위해 만났으나 특위 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실랑이만 벌인 것이다.여야가 합의에 실패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나라당은 "위원장은 관례에 따른 순서상 무조건 한나라당이 맡을 차례"라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이에 "고구려사 특위 위원장을 한나라당이 가져간다면 과거사 특위 위원장은 우리당에게 달라"고 아직 설치 여부조차 합의가 안된 과거사 특위 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두 특위 위원장을 연계시키는 것은 과거사 특위를 관철하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터져 나오자 여야는 한입으로 '초당적 대응'을 앞 다투어 강조했었다. 양당의 원내부대표들은 9일 공동 브리핑까지 해 "국민적 분노를 감안해 초당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호언장담 했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이는 식언(食言)을 일삼은 것 밖에 안 되는 셈이다.

여야의 말잔치는 의원들의 최근 중국방문 행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여야는 제각각 보여주기식 '따로 방문'에만 열중했다. 한나라당 '국가발전연구회', '한민족통일연구회' 소속 의원들과 우리당 '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이 중국을 다녀왔지만공동으로 '현지 조사단'을 꾸릴 생각은 아예 없었다.

이런 모습은 진정한 '초당적 대응'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권이 요즘 입만 열면 강조하는 "민생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은 식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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