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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가을호 '신자유주의시대 한국의 공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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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가을호 '신자유주의시대 한국의 공간' 특집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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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서울의 골목길을 찍어온 사진작가 김기찬씨는 1990년대 말부터 작품의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마주한 골목길이 재개발로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번듯하고 높다란 아파트가새로 섰다. 불량한 주거에 고단한 몸을 의지하던 도시빈민들은 달라진 도시경관처럼 형편이 폈을까?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이 가을호에서 ‘신자유주의시대 한국의 공간’을 특집으로 꾸몄다. 실린 글 중에 남원석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 쓴 ‘도시빈민 주거지의 공간적 재편과 함의’는 판자집, 달동네로 대표되던 70, 80년대 빈민주거상황이 지금 어떤 형태로 바뀌었는지 살펴 눈길을 끈다.

남 연구원은 70년대부터 시작된 재개발정책으로 산동네 판자촌이 서서히 없어져 도시빈민들은 지하셋방, 비닐하우스촌, 쪽방 등을 새 주거지로 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산동네 해체 후 저소득층의 가장 중요한 거처는 서울에만 대략 25만 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지하셋방.

난곡의 경우 재개발사업 때문에 일반주거지역으로 이주한 주민의 47.4%가 지하셋방으로 이주했다는 통계도 있다. 과거 달동네와 달리 지하셋방은 일반 주거지역에 점점이 분포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빈곤이 은폐되고, 폐쇄성이라는 구조 때문에 이웃간의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켜 빈곤에 개별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80년대 후반부터 생겨난 비닐하우스촌이나 쪽방 지역은 몇십 가구에서 많게는 수천 가구가 집단거주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서울의 경우 강남, 서초, 송파구를 중심으로 30여지역에 4,000여 가구, 서울 인근에 6,000여 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용노동자나 노숙의 위기에 몰린 도시빈민들의 최후 주거지인 쪽방은 지난해 말 현재 전국11개 지역에 9,000여 개.

남 연구원은 이같은 도시빈민의 주거변화는 “재개발사업 같은 도시정비정책이 빈곤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며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더욱 확충해야 빈민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주하는 지하셋방, 비닐하우스촌, 쪽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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