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의 낭보가 전해질 때마다 선수 가족이나 팀 관계자 못지않게 짜릿한 감격을 맛보는 사람들이 있다. 메달을 딴선수가 소속된 팀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온 기업 관계자들이다. 올림픽 메달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각 종목 팀을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해온 기업들의 ‘재계 올림픽’ 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25일까지 한국의 메달레이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올린 기업은 삼성. 남자탁구 단식에서 유승민(삼성)이 16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비롯해 금 2개(배드민턴ㆍ삼성전기 김동문-하태권), 은 2개(배드민턴ㆍ삼성전기 이동수-유동성, 탁구ㆍ삼성생명 이은실), 동 1개(탁구ㆍ삼성전기 이경원)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국가별 집계로 환산해도 20위권에 들어가는 놀라운 성적. 올림픽에 ‘미니대표팀’ 수준의 대규모 선수단을 보낸 것이 비결이다. 삼성은 레슬링, 태권도,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육상, 승마 등 9개 종목에 41명의 소속 선수들을 출전 시켰다. 앞으로도 레슬링(삼성생명), 태권도(에스원), 마라톤(삼성전자) 등에서 메달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소속 선수들은 아니지만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양궁이 남녀 단체전, 여자 개인전 금ㆍ은메달을 싹쓸이해 잔칫집 분위기.또 대한항공은 탁구에서 은메달(석은미)과 동메달(김경아)을 따냈고 사격팀을 운영해온 KT는 남자 권총의 진종오가 뜻밖의 은메달을 획득, 기쁨을 누렸다.
중국 탁구팀과 이라크 축구팀을 후원하고 있는 LG전자는 비록 한국의 금메달은 아니지만 금메달 숫자(탁구 여자 단ㆍ복식, 남자 복식 등 3개)만으로는 최다를 기록했고 이라크 축구팀도 4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것은 후원하는 종목이나 팀이 기업별로 다르다는 점. 삼성은 평소 국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비인기 종목 위주로 지원을 하고 있는반면, LG전자는 외국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삼성의 비인기 종목 지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이 이들 종목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 모든 종목을 후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달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LG전자가 중국, 이라크 등 외국 팀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해당국 내수 시장을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지원 선수나 팀의 선전을 마케팅에 활용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속 선수인 이봉주가 마라톤에서 우승할 경우 파브 구매고객 1만5,000명에게 휴가비 30만원씩을 지원하는 45억원짜리 ‘빅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고, LG전자는 이라크 대표팀 선수들을 광고에 출연시키는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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