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객기 연쇄 추락사건은 이들 비행기가 3분 간격으로 관제탑의 레이다에서 사라지는 등의 정황을 볼 때 단순 사고보다는 테러에 의한 참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사고발생
24일 10시32분께 승무원을 포함 43명의 탑승자를 태우고 모스크바 근교 도모데도프 공항에서 이륙해 볼고그라드로 향하던 Tu(투폴례프)-134가 이륙 24분 만에 모스크바 남쪽 약 200㎞ 지점의 툴라 지방에 추락했다. 목격자들은 이 비행기가 툴라 지방 상공을 지나던 중 한 차례 커다란 폭발음을 낸 후 추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밤 9시35분께 도모데도프 공항을 이륙해 흑해 휴양지인 소치로 향하던 Tu-154도 밤 10시59분께 관제탑의 레이더에서 사라진 뒤 모스크바 서남쪽 965㎞ 지점인 로스토프에 추락했다.이 비행기는 추락되기 직전 조난신호를 관제탑에 보냈고, 승무원을 포함 탑승했던 46명은 모두 사망했다.
테러가능성 수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직후 연방보안국(FSB)에 테러 조사를 긴급 지시했다. FSB는 체첸공화국의 대통령 선거를 4일 앞둔 시점에 여객기 2대가 연쇄 추락했다는 점 등을 들어 반군의 테러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밀 조사중이다.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FSB 대변인은 "현재 폭발물 전문가들이 현장에 급파돼 내무부 및 검찰 관계자들과 여객기 추락 원인을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카디 바스카예프 국가두마(하원) 의원도 "같은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 2대가 거의 동시에 사라질 수는 없다"며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단순사고 가능성도 배제 못해
이번 사고가 기계결함과 비행 부주의 등으로 인한 단순 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타르 타스 통신은 현지에 급파된 FSB 보안 관계자들의 보고를 인용, "현장에서 비행기 폭발이나 테러로 인한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에 추락한 Tu-154 여객기는 추락직전 납치 됐음을 알리는 신호가 아닌 일반 조난신호를 내보냈다고 전했다. 조난신호는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신하는 일반신호로 러시아 언론은 사고기가 떨어지기에 앞서 공중 납치됐음을 알리는 신호를 발신했다고 보도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테러 가능성 용의자로 지목 받고 있는 체첸 반군측은 25일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체첸 반군 당국의 공식적인 해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ous@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체첸 대선 임박…반군 소행에 무게
러시아 여객기 연쇄 추락사건이 테러에 의한 것이라면 체첸 반군에 의한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인 체첸은 러시아의 화약고로 불린다. 1991년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체첸은 끊임없는 테러와 게릴라전으로 러시아를 위협해왔다. 체첸 반군의 목표는 이슬람 공화국 수립에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94년과 99년 두 차례 체첸을 침공하는 등 강경진압에 나섰다. 2000년에는 러시아군의 ‘초토화 전략’으로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2만5,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체첸 반군은 이에 맞서 남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게릴라전을 펴면서 항전을 계속했고 러시아에 대한 테러를 감행해왔다.
체첸 반군의 테러는 러시아 전역이 대상이다. 올해 2월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를 비롯해 지난해 8월 러시아군 주둔 본부가 있는 세베로오세티야 공화국 모즈도크 병원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체첸 반군의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대통령 측은 25일 이번 러시아 여객기 연쇄 추락사고 소식을 접한 후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즉시 부인하고 나섰다. 이는 러시아 내 테러라면 체첸 반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라크전에 반대해 다른 테러 단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이번 사고는 비행기 2대가 동시에 추락해 마치 9ㆍ11식 동시다발 항공기 테러를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러시아 항공 전문가들은 “같은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2대가 동시에 추락한 것은 계획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테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치에서 휴가 중이었던 점, 29일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등 정황상으로도 테러 가능성이 높으며 그 배후에는 체첸 반군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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