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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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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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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얀 베르메르(1632~1675). 무명으로 살다가 세상을 뜬지 200년이지나 진가를 인정 받은 네덜란드 화가다. 그는 명화를 남겼지만 ‘삶의 세밀화’는 두고 가지 못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의 동명 대표작을 매개로 300여년 전 그의 삶을 스크린 위에 불러낸다.보석은 소중히 여겨도 남편의 예술은 안중에도 없는 아내, 돈 되는 그림만을 강요하는 장모, 입으론 예술을 말하지만 정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수집하는 후견인.

그리고 이들의 탐욕에 짓눌린 베르메르(콜린 퍼스). 그의 집에 16세 소녀그리트(스칼렛 요한슨)가 하녀로 들어온다. 화실을 청소하게 된 그리트는 주인의 그림이 발산하는 색채에 매혹되고, 베르메르는 그리트의 모습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그림을 매개로 조금씩 다가서는 두 남녀. 함께 모델이 된 하녀를 범한 전과가 있는 후견인은 그리트를 탐하고, 베르메르 아내의 질투심은 불을 뿜는다. 과연 두 남녀의 만남은 신분과 나이를 뛰어 넘어 격정적인 포옹으로 이어질까. 화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예감한 듯 소녀의 애틋한 눈빛을 외면하고 그녀만을 위한 그림에 전념한다.

피터 웨버 감독은 실존했던 화가를 캔버스 삼아 세밀한 고증이란 물감으로 맑고 부드럽게 사랑을 그려냈다. 고전명화를 보는 듯한 미장센과 섬세한 연출솜씨는 이 영화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스칼렛 요한슨과 ‘러브액츄얼리’로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콜린 퍼스의 내면 연기도 돋보인다.

‘사랑=육체적 결합’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베르메르가 그리트에게 전한 진주 목걸이처럼 가슴 뛰게 하는 여운을 전해줄 영화다. 15세 관람가. 9월 3일 개봉.

/라제기기자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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