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했다. 그리나 그 계란은 그 바위를 뚫었다.매일 3,000개, 최근 두 달만 따져도 18만개의 공을 때렸다. 목표는 하나.중국의 ‘펜홀더 이면타법(라켓양면을 자유자재로 사용)’ 공략이었다. 2.7g의 백구(白球)는 23일 오후(한국시각) 아테네올림픽 갈라치홀에서 만리장성을 뚫었다. 16년만의 쾌거였다. 88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유남규)에 이어 한국 탁구는 중국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었다.
18년의 선수생활을 접고 국가대표 코치를 자청한 김택수(32)는 한국의 목표가 금메달 1개라는 말을 듣고는 귀를 의심했다. ‘세계랭킹 1, 2, 3위를 중국이 꿰차고 있는데 언감생심 금메달이라니. 유승민(22ㆍ삼성생명)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탁구 신동’이라 불리지만 6전 전패(왕하오), 7전 전패(마린)를 기록했던 강적과 붙어 이길 수 있을까?’
스승과 제자로 만난 김택수와 유승민의 결론은 하나. “죽어라고 연습하는것 밖에 없다.” 힘들 때마다 “땀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다”고 되뇌었다. 김 코치가 직접 매일 3,000개씩 공을 던지는 훈련이 이어졌다.
그는 “(이면타법 구질이) 변화는 크지 않지만 낯설기 때문에 적응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날카롭진 않지만 공이 자유자재로 돌아와 리시브가 까다로운 이면타법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그 방법 외엔 없었다.
적을 알았으니 나를 알면 이길 수 있다. 유승민의 장점인 날카로운 선제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포핸드 드라이브의 날을 갈았다. 김 코치는“더 빨리 치기 위해선 체력훈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실전에서 유승민은 2분도 안돼 1세트를 11-3으로 이겨 왕하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공격만이 능사는 아니다. 방어할 때 성급한 리듬과 네트볼 처리, 미숙한 서비스 리시브와 백핸드 등 약점을 보완해야 했다. 김 코치는 “공격보단 네트에 바짝 붙어 네트볼 처리부터 하도록” 주문했다. 실전에서 왕하오보다 잔 실수가 적었던 것도 훈련의 결과였던 셈이다.
스승은 결전을 앞둔 제자에게 자신의 ‘비기’까지 전했다. 지난해 일본프로리그를 평정할 때 사용했던 자신의 라켓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르침.“실력이 딸리는 건 인정하자. 단 자신감은 잃지 말자.” 삭발까지 한 제자는 결국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유승민 뿐인가. ‘타도 중국’을 외친 한국 탁구는 금1, 은1 동1개를 따내며 16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에누리없이 100% 땀의 결실이었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