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학교 교장선생님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느 학교나 선생님에게 붙이는 별명은 대개 비슷해 우리 학교에도 ‘썰면’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계셨다. 사회과목을 가르치던 그 선생님의 입술은 꼭 다물고 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의 입술보다 두 배 정도 두꺼워 보였다. 썰면이라는 별명도 입술에서 유래했다.선생님이 먼저 근무하던 어느 학교의 악동이 선생님의 입술이 두꺼워 썰면한 접시가 된다고 붙인 별명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 불렀다. 참 버릇없던 시절의 일이다.
그래도 늘 허허, 하고 우리의 등을 두드리며 웃으시던 분이셨는데 그 썰면 선생님이 지난해에 돌아가셨다. 학교 다닐 때에도 우리를 늘 아들처럼 대해주셨고,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길에서 만났을 때에도 함께 있던 일행까지 보내고 밥을 사주시던 분이었다.
훗날 선생님의 칠순잔치에 가서 선생님, 선생님 하고 술을 권하자, 왜 그때처럼 썰면이라고 불러보지, 하고 큰 입술로 환하게 웃으셨다. 그러나 이제 고향에 가도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할 수 없는 곳으로 세월이 우리 선생님을 모시고 갔다. 이럴 때 제자는 한순간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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