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브라질 쿠리티바를 방문했을 때 ‘땅 위의 지하철’ 시스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노선 체계, 환승 시스템, 고급 이미지의 버스 등을 국민소득 4,000달러의 도시가 갖추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이었다.“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계획은 바람직한 도시계획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던 쿠리티바 공무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교통개혁의 대안으로 떠오른 버스 신속 이동 체계(BRTㆍBus Rapid Transit)의 원조가 바로 쿠리티바이다.7월 1일 시행된 서울 버스 개혁의 기본정신은 쿠리티바 및 주요 선진 도시들의 신대중교통 방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개혁이 1기와 2기 지하철 개통에 이은 대중교통 혁명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서울시가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교통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했고, 버스신속이동체계와 준공영제의 결합이라는 요점을 파악했으며, 노선 혁명과 통합요금제를 실현했고, 종합사령실 구축 등 첨단정보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무리한 공사로 시민 불편이 커지거나 경기도와의 협의가 미진했던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개혁 추진에 따른 작은 불편이라면 참아주는 것도 성숙한 시민의식의 표현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불편에 대해 서울시를 두둔할 뜻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앙버스전용차로나 버스 개혁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시는 초기 노선 조정에 따른 시민들의 당혹감, 일부 승객의 불편, 정보 제공 미흡, 새 교통카드 보급 문제, 환승요금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종합사령실 운영 미숙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아주 작은 불편함의 냄새까지 맡아서 미리 대처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건설교통부도 대중교통육성법 제정 취지에 맞게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대중교통계정을 신설하고 10% 정도의 교통세를 배분해 시내버스 개혁을 추진하는 지방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시내버스 우대 정책은 적은 투자와 관심으로 다수 시민의 교통권을 회복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서울의 버스 개혁이 성공한다면 서울의 버스는 ‘서민’의 교통수단에서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변화할 것이다. 볼프강 주커만의 말대로 우리의 도시들이 버스를 우대함으로써 잃어버릴 것이라고는 자가용 승용차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임삼진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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