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학자 반응한중 외교 당국이 합의한 고구려사 문제 해법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학술문제로 한정해서는 이번 갈등을 풀 수 없으며 중국이 약속대로 역사왜곡을 시정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명철 동국대 겸임교수는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한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이런 점을 염두에 둔 외교부의 강공 전략이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왜곡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학술 교류만으로는 결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되고, 향후에도 정치·외교적인 대응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사 학술 토론으로 시시비비를 가린다고 하더라도 국내 학자들이 반도사관·중화중심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논리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환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실장은 "갈등 상황을 원만히 풀어가자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중국이 말한 대로 행동에 옮길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술적인 논의도 중요하지만 당초 중국이 비학술적인 방식으로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므로 우선 그런 부분을 어떻게 시정하는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시민단체 반응
시민단체들은 24일 한중 양국 정부가 개정 역사교과서에 왜곡된 고구려사를 싣지 않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5개항의 구두양해 사항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합의의 실효성에는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고구려역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구려사 문제가 더 이상 양국간의 정치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자는 근본취지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이번 합의로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중단할 것이라고 믿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대표는 "동북공정은 애초에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 한 중국 정치인들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중국 권부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이번 합의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중국은 앞으로도 고구려사 왜곡을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공산이 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대응 논리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학운동시민연합의 유임현 사무국장도 "여론 잠재우기용 처방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유 사무국장은 "동북공정의 배경이 된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 등 현실적 상황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며 "중국이 10년 동안 공들여온 동북공정을 단지 우리 여론이 비등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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