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형 레저용 차량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4년째 몰고 있는 회사원 정재명(32)씨는 이달 초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전남 보성 인근 국도에서 내리막 급커브를 돌다 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전복될 뻔한 것. 정씨는 "브레이크를 밟아 주행속도를 줄였는데도 마치 튕겨나갈 것처럼 차가 기울었다"며 "조금만 방심했으면 그대로 뒤집어질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SUV 차량의 전복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와 자동차 업체의 안전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지금까지 팔린 SUV는 약 250만대로 승용차 4대 중 1대꼴이다. 고유가와 레저 수요의 증가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승용차 신차 가운데 SUV의 점유율은 40%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SUV의 앞 뒤 바퀴 사이 거리가 일반 승용차와 거의 같은데도 차체는 훨씬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차의 무게중심이 높아 회전이나 충돌시 잘 뒤집어진다.
실제로 지난 2월15일 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대교 남단에서 이모(27)씨가 몰던 SUV 차량이 도로 구조물과 충돌한 뒤 중심을 잃고 반대편 차선으로 돌진,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쳐 전복되면서 이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MBC 아나운서 정은임(36)씨가 숨진 지난달 22일 교통사고도 정씨가 한강대교 남단 흑석동 삼거리에서 SUV 차량을 몰던 중 도로에 떨어진 생수통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차선을 바꾸다 차량이 전복되면서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혀 발생한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요즘 나오는 SUV의 승차감이 거의 승용차에 버금갈 정도이다 보니 운전자들이 고속주행, 코너링 등에서 마치 일반 승용차처럼 운전하며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SUV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한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이미 SUV의 사고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차량 10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SUV가 16.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승용차가 14.85명인 것을 감안하면 SUV 탑승자의 사망 위험은 승용차에 비해 11%나 높다.
또 NHTSA의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중형 SUV가 전복 사고를 당할 확률은 승용차에 비해 무려 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복 사고가 잇따르자 건설교통부는 자동차 업계에 전복 방지기술 장착을 요구하는 한편 조만간 SUV 전복 안전성 테스트를 도입키로 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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