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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기백 선생 책임편집/'한국사 시민강좌' 35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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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기백 선생 책임편집/'한국사 시민강좌' 35집 출간

입력
200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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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늙고 병든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버리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한국사 시민강좌’에서 손을 떼고자 한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 강좌가 평범한 교양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이다. 민족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관한 일을 시민과 더불어 고민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의 구실을 충실히 감당하도록 노력하기를 부탁 드리고 싶다.”6월초 타계한 역사학자 이기백 선생이 마지막으로 책임 편집해 최근 출간한 반년간 교양역사학지 ‘한국사 시민강좌’ 35집(일조각 발행)의 마지막 대목이다. ‘역사학 산책’이라는 코너에 ‘한국사의 진실을 찾아서’라는제목으로 자신의 학문을 회고한 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예감이라도 한 듯 비감한 분위기로 이 ‘추기(追記)’를 썼다.

글에는 역사학의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자며 그가 주도한 ‘한국사 시민강좌’에 대한 애정도 가없이 묻어난다.

창간 때부터 무려 17년동안 책임편집을 맡아온, 그것도 이름과 덕망을 겸비한 학자가 떠났으니 요란하게 추모특집을 꾸밀 만도 한데, 이번 ‘한국사 시민강좌’는 예정대로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이 특집이다. 40년 넘게 학문에만 정진해온 편집자의 풍모가 책에도 은근히 배어들었나 싶다.

에세이의 마지막 대목은 역사왜곡 문제가 쟁점인 지금 더욱 새겨 읽을 부분이다. “오늘날 민족을 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번지고 있다. 그러나 민족은 결코 지상이 아니다. 이 점은 민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지상은 진리이다. 진리를 거역하면 민족이나 민중은 파멸을 면치 못한다. 학자들은 이 점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견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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